'유미업' 윤시윤 "발기부전 소재 부담 NO, 하니와는 연애사 공유해"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제가 우뚝 일어서는 순간을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윤시윤은 14일 오후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이하 '유미업')'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당당히 일어선 주인공 용식을 자신과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1일 웨이브에서 전편 공개된 '유미업'은 고개 숙인 30대 용식(윤시윤)이 첫사랑 루다(안희연)를 비뇨기과 주치의로 재회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섹시 발랄 코미디. 윤시윤은 극 중 발기부전까지 찾아온 '짠 내' 폭발 고시생 용식 역을 맡아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훌륭히 그려냈다.

발기부전이라는 파격적인 소재가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은 윤시윤은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시청자분들이 '어떤 드라마야?'라고 하실 때 최대한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발기부전 환자가 첫사랑 의사와 치료하는 일. 너무 명확하고 재치 있는 주제다. 그것만으로도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라며 "시청자분들도 거부감보다는 흥미 요소로 접근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자존감 낮고 답답한 용식이라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이입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윤시윤이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에 대해 윤시윤은 "제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많이 보고, 관찰하니까 너무 부끄럽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복 받은 존재라 자존감이 높더라"라며 입을 열었다.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자기 자신의 감정 표현을 내세우는 것에 대단히 소극적이 경우가 많아요. 내가 타인과 소통하고 어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거에 비하면 저는 감정 표현도 잘하고 모든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요. 복 받은 배우 윤시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많이 죽이는 게 필요했어요. 표현하지 않고 참으면서 용식이를 표현해야 했고, 감정을 소모하지 않기 위해 아예 닫아두는 노력을 했어요."

윤시윤은 용식이의 성장에 대해 뿌듯함도 드러냈다. "이 친구가 한 번씩 발을 내디디면서 성장한다. 굉장히 즐거웠다. 자존감 낮은 용식이가 점점 성장해나가듯 저 또한 단단하고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식이가 느끼는 감정 변화를 다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저희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이 '일어선다', '세운다' 이런 개념이기는 하다. 제가 받아드렸던 건 스스로 앉아있던 사람이 두 발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었다"라며 "나만의 공간에 있던 사람이 일어나서 문을 열고 사람을 쳐다보고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갈등을 해결해나간다. 이 순서들을 능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용식의 친근한 이미지는 KBS 2TV '1박 2일'에서의 윤동구를 떠올리게 했다. 윤시윤은 "꾀도 없고 재치도 없는 바보 같이 순박한 모습을 좋은 점들만 보여주고 지켜주기 위해서 제작진들이 고생했다"라며 "용식이에게도 옆에서 일으켜 세워준 루다와 장점만을 북돋아 준 보살이 있었다. 용식이에게는 두 사람이 동구에게는 제작진들이, 그런 의미에서 둘 다 당당하게 일어나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용식이처럼 윤시윤도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을까. 윤시윤은 "지금도 극복 중이다. 슬럼프라기보다는, 저라는 배우는 연기자로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에 50%라는 숫자로 인식됐다"라며 '제빵왕 김탁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신인이 주인공을 맡아서 50%가 넘는 시청률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저에게 '신인 때 50%를 했던 배우가 다음 작품엔 몇 %일까?'라는 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실망이 되는 결과가 있으면 상처가 되고 슬럼프로 작용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을 하고 작품을 하면서 결과물을 가지고 인생의 가치를 판단하려고 하면 우울하고 위험해지는 것 같다"라며 "배우로서 성공만 하는 작품이 얼마나 되겠느냐. 또 성공할 때만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면 정말 위험하고 불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윤시윤은 "개인의 삶에서 작은 도전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있다"라며 "배우로서 압박감이 들 때면 개인으로서 조금씩 조금씩 성취해나가면서 이겨내고 있다. 일도 중요하지만 제 개인의 삶도 열정 있게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만의 슬럼프 극복 방법을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안희연(하니)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윤시윤은 "개인적으로 안희연 씨와 이 얘기를 많이 했다. 군대에서 TV를 틀어두면 여자 아이돌을 보는 게 대부분이다. 그때 가장 인기 있었던 게 EXID"라며 "과장 안 하고 200~300번은 틀었던 것 같다. 저한테는 연예인 같은 존재인데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털털하고 성격이 좋은 걸로 유명하다. 친구처럼 털털하게 촬영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의외로 멜로에 대한 부분도 러블리하고 진솔하게 너무너무 잘해주셨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희연과의 멜로 호흡에 대해서는 "멜로는 내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 눈빛, 언어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되받아쳐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저는 제 것 하기에도 부담되고 힘들다"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안희연 씨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때로는 친구처럼, 동생처럼, 연인처럼 그 세 가지를 너무 잘해줬다"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제가 상대인 루다에게 흥미를 갖고 이 친구의 연기에 빠져들게끔 만들어줬다. 결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너무너무 즐거운 작업이었다. 애착이 가는 신들도 후반으로 가면서 생긴 루다와의 진솔한 장면이다"라고 덧붙였다.

"카메라만 꺼지면 연애상담, 연애사 이야기를 하며 바빴던 것 같아요. 저희가 사랑했던 이야기를 각자의 역할에 녹여내고 있더라고요. 제 나이에 가장 뜨거웠던 순간들, 그 감정을 녹여낼 수 있는 멜로를 하고 싶어요. 연기를 하면서 문득문득 떠올랐던 감정을 녹여냈을 때 행복했거든요. 아직 저한테는 풋풋한 로맨틱 코미디나 이번 '유미업'처럼 모자란 소년 같은 사랑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코미디 연기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윤시윤은 "재능이 정말 없는데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렇지만 재미있게 연기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라며 "웃길 수 있는 대사, 상황, 재치 있는 연출, 제가 진지하게 했을 때 그걸 받아주시는 명품 연기자들. 이 분들이 있기 때문에 코미디가 성립된다"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아주 웃긴 장면으로 유튜브에 제가 나올 날을 꿈꾼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작발표회에서 '조금 더 망가질 걸'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던 것에 대해선 "조금 더 초라하게 시작해야 했다. 완전히 삐쩍 마른 상태로. 아쉬운 부분이 사실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가발을 썼는데 너무 꺼벙해 보였다. 그런데 여자 스태프 분들이 그 가발을 너무 좋아하셨다. 방송 나가고 주변에서도 가발 쓴 모습을 캡처해서 보내줬다. 저는 지금 봐도 너무 어색하고 힘들지만 좋아해 주시더라"라며 의아함 속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빵왕 김탁구',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유미업' 등 어리바리하고 어수룩해 보이지만 반전 있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윤시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연기 색깔, 강점을 묻자 "아는 후배가 '오빠는 여배우로 치면 콩쥐 느낌이잖아'라고 하더라. 지금까지 저를 사랑해주셨던 분들은 제가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때가 아니라 제 모자란 부분을 보고 정을 느끼고 응원해주셨다"라며 "그러한 친구가 극복해나가는 모습에 좋은 반응이 있으셨다. 그게 연예인 윤시윤이란 친구의 모습이기도 한 것 같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모자란 부분들을 계속 응원해주시고 모자란 연기에도 욕보다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렇게 윤시윤이라는 사람이 모자란데도 불구하고 연예인 생활,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제 강점이자 제가 조심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이런 점이 아닌가 싶다"라며 "제 모자란 부분을 감추고 허세부리려 하지 않고 진실되게 순수하게 보여드렸을 때 응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어느덧 윤시윤이 배우로 활동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30대 중반이 된 윤시윤이 보기에 자신의 연기, 배우로서 마음 가짐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윤시윤은 고민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느꼈어요. 주연 배우라고 해도 내가 전부 관여할 수 있는 건 없구나. 정말 함께 하는구나. 신인 때였으면 '내가 어떻게 더 해야 할까'하고 고민했다면 지금은 배우들이랑 더 맞춰보고 더 연기에 집중해요. 그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거든요. 어떤 의미에서는 겸손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연합하고 연대해야 하는구나라는 걸요."

[사진 = 웨이브(wavve)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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