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 "카라 때 정신건강 전혀 고려 않고 활동…독하게 날 숨기고 살았다"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그룹 카라 출신 연기자 한승연이 영화 '쇼미더고스트'로 또 한 단계 도약을 알렸다.

한승연은 2일 오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9일 첫 스크린 주연작 '쇼미더고스트' 개봉을 앞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쇼미더고스트'는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 된 20년 절친 예지(한승연)와 호두(김현목)가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에 맞서 귀신 퇴치에 나서는 내 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물이다.

극 중 한승연은 예지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예지는 완벽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자취방 보증금마저 주식으로 날려버린 만년 취준생(취업 준비생)이다.

특히 한승연은 스크린 주연 데뷔작인 '쇼미더고스트'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는 쾌거를 맛봤다.

한승연은 지난 2007년 카라로 데뷔, 2016년 팀이 해체되며 연기자로 전향했다. 드라마 '청춘시대' 시리즈, '열두밤' 등에서 안정적이고 섬세한 열연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 YGX와 전속계약을 체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한승연은 '쇼미더고스트' 출연에 대해 "장편 영화는 처음인데, 이렇게 개봉하게 되어 기쁘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리 영화는 요즘 같이 복잡한 세상에 하나도 복잡하지 않고 친절한 작품이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실 수 있는, 맛있는 스낵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이 유쾌하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요즘 '나는 나, 너는 너' 더욱 다들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인데, 저도 뉴스 속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마음 아프다' 생각하지만 한걸음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런데 예지는 따스한 오지랖으로 주변인과 친구의 어려움에 함께하는 능동적인 캐릭터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해소되는 시간이었고,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이 부각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쇼미더고스트' 역시 그런 현실적인 고민들이 담겨있다. '내가 열심히 했는데 세상은 왜 받아주지 않지?' 이런 루저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 친구가 발전해 가는 희망적인 모습을 그린다"라고 전했다.

한승연 또한 "원했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이는 저도 '나는 안 될 거야', '될 리 없어'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많았다"라며 역할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 거 같다.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지한테는 소중한 친구가 중요하고 조그마한 의욕이 남아있다는 게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마음에 공감이 갔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제에서 성과를 얻은 것에 대해선 "이제 데뷔 15년 차가 되는데, 가수 활동을 한 만큼 연기자로서 시간을 보냈다. 자리잡기에 늦은 거 아닌가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는데 '쇼미더고스트'에서 큰 롤을 맡아 영화제에서까지 연기로 상을 받고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했다.

그는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를 하며 발전해 왔다. 처음엔 '아이돌이 무슨 연기야' 하셨었는데 지금은 제가 나와도 보시는 데 있어 많은 분이 불편해하지 않고, 망설임이 없어지셨다. 이번 작품으로 칭찬을 받아서 저는 제가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잘해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해나갈 것이다. 천부적 재능은 없더라도 오랫동안 노력하는 게 제 장점이라고 본다. 짧게 보지 않으려 한다. 건강한 삶을 살며 그 에너지를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당차게 얘기했다.

한승연은 "연기자가 젊은 때만 할 수 있는 직업은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공이 꼭 빨리 올 필요 없지는 않나. 한때는 내가 예쁠 때 더 큰 사랑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지금은 조금 심적 여유가 생겼다. 30살, 40살에도 연기할 수 있다면 노력 뒤에 인정은 언젠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진중한 태도를 엿보게 했다.

2세대 걸그룹 대표주자로 군림했던 카라 활동 당시를 떠올리기도. 한승연은 "가수할 때는 독하기만 했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피곤하면 쉬는 게 아니라 링거를 맞고 스케줄을 소화하고. 컨디션, 정신적인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오직 무대만을 위해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정신적으로 내가 지치지 않았는지, '나'라는 사람이 감정을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게 됐다. 가수로서는 독하게 저를 숨기고 살다 보니까 처음에 감정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어색하고 망설임이 있었다. 화 내는 연기할 때 되게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감정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감정 표출의 자유로움이 생겨서 그런 부분이 즐겁다. 그리고 365일 날씬한 몸매가 아니어도 되고. '미스터' 활동할 땐 무대 의상 때문에 항상 못 먹었었다. 배 나올까 봐 첫 끼를 밤 10시에 먹고, 먹어도 바나나나 초코바 작은 거 하나 먹고 스케줄을 가고 그랬다. 그래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독하게 사는 게 과연 한 여성의 인생에 건강한 일인가 생각해 보면 그건 좀 아닌 거 같다. 지금은 건강해진 이 느낌이 너무 좋다"라고 한결 여유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한승연은 "아이돌 출신 꼬리표가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그런 질문을 많이 받으면서 든 생각인데 약점으로 보실 수도 있지만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고 약점이라고 생각 안 한다. 나의 과거가 짐이고 부담이고 그런 생각은 안 하기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동력을 묻는 말에 "카라라는 팀의 정체성이 저를 견딜 수 있게 했다"라고 답했다. 한승연은 "내 꿈을 이뤄서 내 발로 여기까지 왔다는 그 생각이 저를 견디게 해줬다. 어릴 때부터 가수, 연예인을 꿈꿔왔다. 내가 말로 뱉고 노력해서 된 것이니까, 되게 대단한 일이라고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한승연은 카라 재결합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저희끼리도 얘기하고 있다. 전 소속사인 DSP를 떠나는 순간부터 계속 논의를 해왔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제안이 종종 있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어 "멤버들과 팬미팅이나 공연이나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아직 여의치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이제 데뷔 15년 차를 찍는데 뭔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 다들 의욕적으로 이야기는 하고 있다. 카라가 뭉치는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변함없는 팀워크를 과시하기도. 한승연은 "지금은 거리 두기로 만날 수 없지만, 4단계 되기 이전에는 멤버들과 종종 만나서 밥도 먹고 그랬다. 자주 만나서 대화도 하고 저희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라며 "최근엔 박규리의 뮤지컬을 보러 갔었다. '쇼미더고스트' 시사회에 멤버가 오기도 했다"라고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주)인디스토리]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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