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펫키지', 절대 비추천 [김나라의 별나라]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김희철 '펫키지'야말로 '비추천'이다. '개(犬)취존중'한다면서 유기견은 추천 않는 반려동물 프로그램이라니, 고작 첫 회 만에 불분명한 정체성과 잘못된 인식이 들통났는데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앞서 8월 26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이하 '펫키지')는 반려견 양육 인구 1,000만 시대, 대한민국에 숨겨져 있는 반려견 동반 여행 코스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반려견들의 취향까지 고려한 여행임을 내세웠지만, 베일을 벗은 '펫키지'는 '스타견' '셀럽견' 소비에 급급해 정작 가장 중요한 반려동물 문화의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모양새로 실망감만 안겼다.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거 같아. 진짜 솔직한 말로 강아지 선생님들, 전문가분들은 초보 애견인에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 한다. 왜냐하면 유기견은 한번 상처받았어서 사람한테 적응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면 강아지 모르는 사람은, 사람도 상처받고, 강아지도 또 상처를 받는다"라는 MC 김희철의 편견 조장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낸 것. 제작진은 반려동물 프로그램임을 망각한 듯, 이를 자막으로 강조까지 하는 정성을 보이며 안일한 자세와 책임감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기견을 입양한 '경태' 아버지를 높이 사고 싶은 의도에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다.

"초보 애견인에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 한다"라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과격한 표현을 '굳이' 썼어야 했는지, 전문가를 거론해 신빙성이 검증된 것마냥 함부로 발언해서 애꿎은 유기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경솔한 본인 한마디의 파급력이 어떠한 후폭풍을 불러올지는 생각도 않고 말이다. 무엇보다 유기견은 태어날 때부터 유기견이 아니라, 인간이 한 해 평균 반려견 10만 마리를 버려 생겨난 존재가 아닌가. 유기견 발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생각해 본다면 동물을 대상화해 '비추천'이라는 둥 운운하지 않았을 것 같다.

"유기견을 키울 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라는 김희철의 말마따나 입양을 결심하는 자가 유기견에 특정 지어 막중한 책임감을 갖는 거라면, 다른 경로로 입양한 자들은 책임감이 덜하다는 소리 아닌가. 그렇게 되면 파양과 유기 악순환은 또 반복될 터다. 책임감의 크기가 어떻게 초보자에 따라 달라지고, 유기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 말이 되냐고 되묻는 거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양육하는 데 있어 신중함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건 전문가의 추천, 비추천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당연지사다.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김희철은 "우리 집 강아지 기복이는 관심받고 싶을 때면 '똥 Show'를 보여준다. 우리 기복이 같은 개들이 또 똥을 잔뜩 싸놨단 소식을 들었다", "처음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유기견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에 대해 '펫숍에서 사라는 거냐' '펫숍 조장 프로그램이다'라고들 한다. 초보자들이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쉽지 않은 게, 유기견이 왜 유기견이냐. 이미 한번 버려져서 상처가 큰 강아지다. 경태 아버지가 진짜 대단하시다고 얘기한 건데 도대체 귀가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삐딱하게 해석하고 퍼트릴 수 있는 거냐"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논란의 시작점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를 지목, 회원들을 상대로 고소를 예고했다.

'펫키지' 제작진 역시 8월 31일 "반려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방송에 담은 것"이라며 "하지만 해당 내용이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오해의 소지가 생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제작진은 향후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송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 흐름에 반하는 인식을 보여줬음에도, 연일 논란이 뜨거울 정도로 오해를 산 발언이었음에도 "초보자에게 유기견 절대 추천 안 한다"에 머물러 있는 김희철이나 '펫키지' 제작진의 태도를 읽게 해 씁쓸함을 자아냈다. 이번 논란으로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변화의 바람이 한바탕 거세게 일렁거렸는데, 여전히 깨달은 바는 없는 듯하여 아쉬울 따름이다.

정당한 비판 여론까지 삐딱하게 '똥 Show'이고 '유감'으로 몰고 가는데 앞으로 '펫키지'가 떠날 반려동물 동반 여행을 어떻게 시청자들이 동행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반려동물 프로그램으로서 진정성과 가치가 단 1회 만에 훼손되며 몰입을 깨트린 바. 또한 반려동물 입양 경로에서 '펫숍 구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 않은데, 유기견을 추천 않는다는 말이 펫숍 소비 조장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왜 아무도 전혀 하지 못한 것인지 무책임함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날, 미디어의 영향으로 스타견 '상근이'(KBS 2TV '1박2일 시즌1'·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산체'(tvN '삼시세끼-어촌편'·장모 치와와) 품종이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1년 만에 버려져 유기견 보호소에 수많은 상근이와 산체가 나타났던 사태가 있었지 않나. 이래도 김희철·'펫키지'를 향한 반려인들과 동물권단체들의 우려와 질타가 유난인가 싶다.

[사진 = JTBC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 김희철 인스타그램, 마이데일리DB]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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