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몰락'...김경문감독의 '빅피쳐'도 사라질 듯[처음처럼]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02도쿄올림픽에서도 우승, 야구 2연패에 도전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팀 '김경문호’의 여정이 4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끝이 났다.

아마도 김경문 감독이나 선수들은 단 한번도 4위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IOC 규정으로 인해 참가팀이 6개국 밖에 되지 않아 메달 확률 50%인 덕분에 당연히 동메달 이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결과는 초라했고 그 책임은 김경문 감독이 짊어져야 한다. 그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그런 결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야구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경기를 복기해보면 김경문 감독의 투수 기용이 이상하리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선발 투수로 김민우를 집어 넣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김민우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절박함이 떨어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이미 군문제를 해결했기에 김진욱이나 박세웅, 조상우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8회부터 오승환을 올린 것도 ‘왜 벌써?’라는 의문을 던지게 했다. 8회 다른 투수를 올리고 9회 오승환을 내면 한점차 리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팬들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올라왔고 많은 팬들은 오승환만 고집하는 김경문 감독의 그 배짱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마도 예선전의 기분좋은 그 상황을 다시 만들어 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초라한 결과를 들고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내심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 그 이후의 ‘빅피쳐(Big Picture)’를 그렸을 것으로 보인다. 준결승전 미국전에 패한 후 "금메달을 못 딴건 크게 아쉽지 않다"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는 국내에서는 공공연히 "올림픽 2연패'의 포부를 밝혔었다.

큰 꿈은 바로 프로야구판으로의 복귀다.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 보여준 그의 지도력은 이제 그 시효가 다 됐다는 것을 누구나 알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뚝심의 야구’ ‘믿음의 야구’로 포장된 김경문의 지도력은 알고보니 ‘고집의 야구’ ‘독선의 야구’였다는 것이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덕장’이 아니라 ‘운장’ 이었고 그 운은 도쿄올림픽에서 종말을 고했기에 김경문을 다시 찾을 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달의 몰락’이면서 달이 다시 휘영청 빛을 발하면서 떠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도쿄올림픽에서 몰락한 김경문 감독.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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