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악몽…美日에 무너진 마운드, 김경문호의 아킬레스건[도쿄올림픽]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 차례의 준결승서 아킬레스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확실히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라운드락 익스프레스)이 없는 국제대회는 마운드 운영이 쉽지 않다.

김경문호가 미국에 두 번, 일본에 한 번 무너지며 올림픽 2연패 꿈을 접었다. 김경문 감독은 일찌감치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다. 그러나 차가운 현실만 확인했다. 한국야구의 투타 전력은 5~10년 전에 비해 확실히 떨어졌다.

표면적으로 보자. 패배한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5안타 2득점 6잔루), 4~5일 일본(7안타 2득점 8잔루), 미국과의 준결승(7안타 2득점 8잔루)의 최대 아쉬움은 터지지 않은 타선이었다.

그러나 국제대회는 변수가 많다. 낯선 상대와 환경, 스트라이크 존 등 타자들이 매 경기 폭발적 타격을 하기 어렵다. 당연히 마운드가 단단해야 좋은 성적을 거둔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 과거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대부분 해줘야 할 투수들이 제 몫을 해냈고, 저득점으로도 이겼다.

김경문호가 출항하기 전부터 마운드가 불안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투수 11명 중 6명이 국제대회 데뷔전이다. 마무리 오승환에 조상우와 고우석이라는 확실한 필승계투조만 있을 뿐, 한 경기를 확실히 책임질 에이스가 없다. 고영표와 이의리가 기대이상으로 잘 던졌지만, 6~7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지길 기대하긴 어려웠다.

선발투수가 5회 안팎을 버티는 것에 만족해야 하니, 불펜 운영이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조상우가 미국과의 준결승서 6회 1사 만루 위기를 버텨내지 못한 건 이미 이번 대회서 5경기나 나섰던 탓이다. 100% 컨디션일 수 없었다.

중요한 순간을 조상우에게 의존해야 할 정도로 불펜 사정이 좋지 않았다. 고우석도 일본전 베이스 커버 실수로 멘탈이 흔들렸다. 이들을 제외한 전문 불펜은 신인 김진욱 뿐. 패기를 보여줬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에 쓰긴 어려웠다.

예선과 도미니카공화국,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까지는 잘 버텼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전문 불펜투수 선발을 최소화하고 선발투수를 많이 데려간 것이 패착이 됐다. 원태인은 미국과의 준결승서 급히 구원 등판했으나 역할에 적응하지 못했다. 최원준은 선발과 필승계투조를 잇는 롱릴리프로 제 몫을 했지만, 흐름을 확실히 바꿀 카드는 아니었다. 차우찬은 구속이 떨어져 원 포인트로만 나섰다. 박세웅과 김민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더 놀라운 건 본래 마운드를 10명으로 꾸리려고 했던 점이다. 박민우가 코로나19 술판 논란으로 하차하지 않았다면 김진욱은 요코하마에 갈 수 없었다. 가뜩이나 마운드가 예년보다 약한 상황서 질적, 양적 모두 카드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과 일본에 연패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 모두 빠진 첫 메이저 국제대회다. 2년 전 프리미어12에도 김광현과 양현종이 있었다. 더 이상 이들을 그리워하면 안 된다. 궁극적으로 이의리, 고영표, 김진욱 등 뉴 페이스를 더 많이 길러내고, 그들에게 더 많은 국제대회 경험과 성공의 노하우를 체득하게 해야 한다. 다만, 이번 대회서 불안한 마운드를 보면 세 사람의 공백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성장 후 정체기에 빠진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대회 전략 혹은 디시전은 결국 실패했다. 대표팀 선수 선발은 KBO 기술위원회가 김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협의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예전보다 감독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13년 전 신화는 13년 전의 축복일 뿐이었다.

[김경문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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