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91 타자의 멀티히트, ‘약속의 8회’ 예고편이었을까 [도쿄올림픽]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오재일은 김경문 감독의 믿음 속에 꾸준히 주전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타격감은 기대 이하다. 오재일이 숙명의 한일전에서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4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일본을 상대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4강전을 치른다.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내세운 한국은 승리 시 은메달을 확보한다. 패하면 패자부활전을 뚫고 올라온 팀을 상대로 다시 결승 진출을 노리게 된다.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에 극적인 끝내기 승을 따냈던 한국은 기세를 몰아 2일 이스라엘전에서 11-1 7회 콜드게임 승, 4강에 올랐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선의 응집력이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여전히 김경문 감독의 고민을 덜어주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4경기 모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오재일의 타율은 .214(14타수 3안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스라엘전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한 덕분에 올라간 수치다. 이스라엘과의 경기 전까지 오재일의 타율은 1할이 채 안 됐다. 11타수 1안타에 그쳐 .091에 머물렀고, 삼진은 5차례나 당했다.

물론 양의지 역시 슬럼프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양의지의 타율은 .143. 3타석 이상 소화한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이다. 하지만 포수라는 중대한 임무를 소화하고 있어 저조한 타율은 어느 정도 상쇄가 된다. 1루 수비력뿐만 아니라 장타력도 기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오재일의 저조한 타율은 타순을 구성하는 김경문 감독에게 큰 고민거리인 게 분명하다.

물론 이스라엘전 멀티히트마저 평가절하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적어도 예열은 마쳤다는 의미다. 이제 오재일이 메달 획득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일본전까지 그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임무를 완수해야 할 차례다.

‘약속의 8회’는 국제무대에 나선 한국에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였다. 일본과 맞붙은 2008 베이징올림픽 4강서 8회에 나온 이승엽의 결승 투런홈런은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아직 ‘약속의 8회’가 없었다. 한국은 콜드게임 승을 따낸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를 제외한 앞선 3경기 모두 8회 무득점에 그쳤다.

이제는 ‘약속의 8회’가 필요한 순간이다. 4강서 일본이 내세운 선발투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두 말할 나위 없는 일본의 에이스다. 경기 초중반에 대량득점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막판 승부수를 띄우는 플랜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경기. 타율 .091의 침묵을 깬 오재일의 멀티히트는 ‘약속의 8회’를 앞두고 상영된 예고편이었을까. 이제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재일.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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