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샐 틈 없었던 테이블세터, 일본 격파도 앞장설까 [도쿄올림픽]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4번타자의 부담을 떨쳐낸 걸까. 강백호가 마침내 화력 발휘에 나섰다. 리드오프를 도맡고 있는 박해민도 연일 존재감을 발휘, 한국은 탄탄한 테이블세터를 앞세워 일본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지난 2일 열린 이스라엘과의 2020 도쿄올림픽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맞대결에서 11-1 콜드게임 승을 따냈다. 여유 있게 준결승에 안착한 한국은 미국을 제압한 일본과 결승 진출을 놓고 숙명의 한일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과 일본의 4강전은 오는 4일 오후 7시에 열리며, 승리하는 팀은 은메달을 확보한다.

이스라엘전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은 마침내 타선이 폭발했다.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서 9회말에 발휘한 응집력이 이스라엘전까지 이어진 모양새였다.

특히 강백호가 진가를 발휘한 게 반가웠다. 대회 초반 4번타자의 중책을 맡았던 강백호는 이스라엘, 미국과의 경기에서 연달아 무안타에 그쳤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강백호의 위치를 2번타자로 조정하는 조치를 취했고, 부담을 덜어낸 강백호는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만족스러운 기록은 아니지만, 예열을 마쳤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실제 강백호는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맞대결에서 폭발했다. 4타수 4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의 콜드게임 승에 기여했다. 덕분에 김경문 감독 역시 고민을 덜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테이블세터의 화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틀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 4경기 모두 리드오프로 나선 박해민이 타율 .429(14타수 6안타) 3타점 5득점으로 활약했다.

박해민이 기록한 5득점은 대니 발렌시아(이스라엘)와 더불어 이번 대회 공동 1위였고, OPS는 1.079에 달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리드오프로 맹활약했던 이종욱을 연상케 하는 존재감이었다. ‘도쿄박’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긴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국의 4강 상대는 일본이다. 개최국이자 치밀한 데이터야구를 내세운 팀인 만큼, 작전수행능력을 지닌 테이블세터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박해민의 경기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강백호가 타격감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대단히 반가운 요소다. 13년 전 이종욱-이용규가 그랬듯, 박해민-강백호 역시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타선의 첨병 역할을 계속해서 이어갈지 궁금하다.

[박해민.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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