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의 뜨거운 눈물…비즈니스지만, KBO리그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그날 발표되고, 말 없이 내 방에서 한참 눈물을 흘렸다."

KBO리그도 보통의 한국사회처럼 철저한 비즈니스 무대다. 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수들을 교환하고, 사고 파는 곳이다. 좋은 선수를 모으고, 육성하고, 관리하는 최종 목적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트레이드나 FA 영입, 리빌딩 역시 넓게 보면 우승을 위한 디딤돌이다. 개개인의 사적 감정은 철저히 배제한다.

서건창은 2008년 육성선수 출신으로 LG에 입단했다. 그러나 KBO리그에 이름을 알리고 스타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준 팀은 키움이었다. 키움에서 200안타를 날리는 등 타격에 눈을 떴고, 리그 최정상급 2루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키움은 서건창을 13년만에 다시 LG로 보냈다.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서 LG의 트레이드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서건창은 여전히 좋은 선수지만, 시즌 후 FA다. 더구나 키움은 송성문, 신준우. 김휘집 등 더 성장할 수 있는 젊은 2루수들이 있다.

비즈니스 무대라고 해도,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다고 해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자연스러운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날 서건창을 있게 한 키움, 그 팀을 하루아침에 떠나게 된 서건창은 트레이드 발표 후 홍원기 감독의 방에서 한참 말 없이 울었다.

홍원기 감독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앞두고 "그날(7월27일) 발표되고 말 없이 내 방에서 한참 눈물을 흘렸다"라면서 "사실 나는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이 팀에 10년 넘게 있으면서 트레이드로 FA로 외국으로 나간 선수가 많았다. 유독 서건창은 입단부터 함께 했고,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라고 했다.

홍 감독에게 서건창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만난 선수였다. 팀의 미래를 위해 프런트의 트레이드 진행을 받아들였지만, 자신의 땀이 투영된 제자가 떠나는 길에 흘린 눈물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홍 감독은 "앞으로 진심으로 어느 팀에서 뛰든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 본인도 다른 팀에 가서 잘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 역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힘들었다"라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날 눈물을 머금고 헤어졌다.

홍 감독이 서건창의 눈물의 의미를 잘 아는 건, 그 역시 현역 시절 트레이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고향팀 한화에서 뛰다 1999시즌 두산으로 이적했고, 2006년부터 현대에서 뛴 뒤 지도자로 히어로즈 창단멤버가 됐다.

홍 감독은 "나 역시 트레이드를 경험했고,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많이 울었다. 당시에는 내가 못해서 어디에 팔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상대 팀에서 나를 원해서 가는 것이다. 축하할 일이고 좋은 일이다. 다음 날 언론을 통해 LG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라고 했다.

[LG 서건창(위), 서건창의 키움 시절 모습(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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