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시계 선물이 KBO 문화를 새로 만들었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추신수(39·SSG 랜더스)의 '선물'이 KBO 리그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SSG 랜더스에 전격 입단, 많은 화제를 뿌렸다. 추신수의 등번호는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사용했던 17번으로 결정이 됐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이태양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추신수는 자신에게 선뜻 등번호를 양보한 이태양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로 건넸고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추신수 시계'가 화제가 될 정도였다. 가격이 수천만원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정근우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에 오면서 등번호 8번을 달았는데 '대학 후배' 김용의의 양보로 이뤄졌다. 정근우는 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김용의에게 고가의 지갑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제는 추신수의 '선물'로 KBO 리그의 이적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는 분위기다. 양석환은 지난 3월 트레이드로 두산에 입단하면서 오명진의 양보로 등번호 53번을 달 수 있었다. 당시 양석환은 "추신수 선배 만큼은 아니지만 작게 나마 선물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추신수의 통 큰 선물이 하나의 문화로 전파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도 마찬가지다. 서건창은 신민재가 등번호 14번을 양보하면서 LG에서도 14번을 달고 뛸 수 있게 됐다.

서건창은 "신민재가 14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양보를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면서 "추신수 선배 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추신수 선배께서 좋은 문화를 만든 것 같다"는 서건창의 말에서 앞으로도 등번호와 관련된 보답 문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선수 입장에서도 누군가의 양보로 등번호를 받기만 하면 찜찜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확실하게 선물로 보답하는 문화가 정착하면 서로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선물이야 선수의 형편에 맞게 하면 그만이다. 선물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기에.

[추신수(오른쪽)가 이태양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서건창이 LG 입단 후 포토타임에 나섰다.(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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