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진 쓴 MBC, 고작 세줄짜리 사과가 끝인가?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는 달랑 세 줄짜리 사과 자막으로 넘어갈 생각인가.

23일 MBC가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때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사용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1986년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당시 방사능 유출로 인해 수많은 피폭자가 나왔다. 전 세계인이 아직도 비극적 참사가 일어난 곳으로 기억하는 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다.

MBC는 대체 무슨 의도로 해당 사진을 사용했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의 의미를 알고도 넣은 것이라면,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 데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의미도 모른 채 넣은 사진이라면, 명색이 올림픽 중계를 하면서 얼마나 안일하게 제작했던 것인가.

MBC는 방송을 마치며 허일후 아나운서의 사과 멘트와 함께 겨우 세 줄짜리 사과 자막을 내놨다. "오늘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습니다. 이밖에 일부 국가 소개에서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것이다. 아이티 등 다른 국가를 언급한 것도 부적절한 사진 사용이 우크라이나에서 그친 게 아니기 때문이다.

MBC를 향해 온라인에선 "제정신이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국가망신"이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지금 고작 세 줄짜리 자막으로 무마할 일인가. 캐스터였던 허일후 아나운서의 사과로 마무리할 일인가.

만일 다른 국가 방송국에서 대한민국을 소개할 때 우리의 비극적인 참사 사진을 사용해도 MBC는 비판하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방송국에서 세 줄짜리 사과문 내놓으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MBC는 어떤 경위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우크라이나 소개 때 사용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사과 자막으로 넘길 게 아니다. MBC를 대표하는 자가 책임 있는 사과와 대책을 내놔야 할 정도의 사건이란 말이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표방한 MBC의 비전이 "좋은 콘텐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MBC는 언제나 시청자 여러분의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도 약속한 바 있다. 이런 참담한 방송을 내놓은 MBC가 우리 시청자들의 친구이자 우리나라의 대표 방송이란 게 전 세계인 앞에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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