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손가락 부상'...핑계로 들리는 박민우의 사과문 [이석희의 처음처럼]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 우리 주변에서 사과문을 자주 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정치인들일 것이다. 말 실수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자주 사과한다.

포털 사이트에 사과문을 검색해보면 정치인 관련 사과문이 주루룩 뜬다. 정치인 뿐 아니라 연예인, 기업, 운동 선수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사과문을 올린 것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불에 기름을 붙는 꼴을 자주 본다. '안 하니 만 못하다'며 더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래서 ‘사과문은 사과문 다워야 한다.’ 사과문에 무엇을 사과하는 지 명확해야하고 사족이나 핑계를 대지 마라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박민우의 사과문은 진정성이 떨어진 '핑계 사과문'으로 들린다.

NC 원정 숙소 호텔 사건을 보자. 당사자인 박민우는 지난 14일 사과문에서 “이번 사건으로 큰 부끄러움 느끼고, 처분 기다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님께 사퇴의사를 전했다”며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내려놓았다.

여기까진 잘했다. 그런데 여기에 사족이 달렸다. ‘손가락 부상’이라는 전혀 뜻밖의 이유가 등장했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손가락 부상이었는데도 이를 숨기고 올림픽 대표팀 노릇을 계속 하겠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박민우가 손가락을 다쳤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어떤 손가락이 다쳤고 상태는 어떠한지 알려진게 없다. 본인만 알 뿐이었다.(진정 구단 관계자는 몰랐기 바란다)

다친 것이 심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는 두 번째 이유로 손가락 부상을 들었기에 부상이 심하다는 것을 어림짐작 할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런 큰 부상을 숨기고 올림픽에? 이 또한 정말 부끄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박민우는 운동선수이다. 운동 선수라면 정당당해야한다. 비록 손가락 부상이 진실이라고 해도 핑계로 들리는 이유이다.

사족:15일 발표한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의 사과문도 진정성이 없긴 마찬가지이다. "방역에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하여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지친 국민들과 팬들에게 위로를 드려야 할 책임..." 따위의 말만 할뿐 방역법을 어긴건 슬쩍 넘어가면서 도의적인 잘못만 인정하고 있어서다.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