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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보다 낯선’, 이야기는 신(神)이다[곽명동의 씨네톡]
21-07-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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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불의의 사고로 코마에 빠진 영화감독 민우(여균동)는 이상하게도 영화를 찍으려 했던 신도시 주변의 황량한 제방길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생각 혹은 의식일지도 모르는 이곳은 번잡하고 시끄러운 삶을 살았던 그에게는 역설적이게도 천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믿는 청년(주민진)을 만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을 읽으며 자유를 만끽하던 민우는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하는 청년이 못마땅하다. 무의미와 의미, 죽음과 삶, 기억과 고통을 놓고 논쟁을 벌이던 이들은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저승보다 낯선’은, 여균동 감독의 말대로, “각자 속에서 타인을 발견해나가는 작지만 감동적인 버디무비”이다. 민우는 극중에서 아메리칸 원주민 추장의 연설문이 담긴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을 읽는다. 내용과 상관없이 순전히 제목만 놓고 보면, ‘나는 나’라고 생각하던 민우가 마음의 문을 열고 ‘너’(청년)를 받아들이는 영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서로의 벽을 넘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 연결고리는 민우가 영화로 만들기 위해 구상하는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공룡의 후예인 괴물이 알을 낳는다. 그 알은 신비로운 능력을 품고 있다. 한 소녀가 공룡알을 들고 멀리 사라진다. 민우는 외계에서 온 악당이 소녀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한다. 공룡알은 능력을 꽃피우지 못한 청년을 상징한다. 그는 인생의 1/3을 기다림으로 살았다. 버스, 지하철, 면접을 기다렸다. 검은 먹구름이 뒤를 따라오는 불안감 속에 살았다. 한번도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던 청년은,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만, ‘무의미하게’ 죽음의 문턱에 와 있다. 청년을 싫어했던 민우는 어느새 연민을 느낀다. “넌 기회가 있어.”

민우는 “이야기가 신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신을 만나는 시간이다”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먼저, 인간은 필멸하지만 이야기는 불멸한다. 작가가 세상을 떠나도 이야기는 남는다. 지금도 읽히는 수많은 고전이 이를 입증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인간을 의미있는 존재로 만든다. 공룡알 이야기는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청년에게 희미하게나마 삶의 의미를 전달한다. 불멸하는 신은 인간을 의미있는 삶으로 이끈다. 그래서 “이야기가 신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민우는 하늘을 향해 “갓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죽은 저 녀석한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거 아니야. 얼마나 비참해야지 그 낯짝을 보여줄거야”라고 소리친다. 그는 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이야기로 도와준다. 생전의 삶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청년은 민우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간다. 아스팔트 위에서 추는 청년의 춤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결국 저승을 떠나 현실로 향하는 듯 보이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간다.

삶의 희망을 찾은 청년에게 이야기는 신(神)이다.

[사진 = 우사유필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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