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길해연 "진기주 감정 연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촬영하며 매순간 배워"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드라마, 영화, 연극을 오가며 오랜 담금질을 거친 배우 길해연(57)이 연기 인생을 돌이켰다.

길해연은 1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영화 '미드나이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권오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미드나이트'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의 새로운 타깃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음소거 추격 스릴러 영화다.

배우 진기주가 연기한 경미는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청각장애인이다. 살인마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다가도 다른 피해자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인마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길해연은 딸 경미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 역을 맡았다. 제일 먼저 도식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는 캐릭터로 위험에 빠진 딸을 지켜내려 진력을 다하며 이야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길해연은 섬세한 수어와 감정 연기로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가 개봉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적 같았다"라며 말문을 연 길해연은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됐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라고 영화 개봉 소감을 밝히고 "세상에 맞서 단단하게 견디는 경미를 보고 감동을 느꼈다더라"라고 주변 반응을 전했다.

청각장애인 캐릭터 소화를 위해 진기주와 실제 농아 선생님을 만나 수어를 배웠다는 길해연은 "수어 연기가 힘들진 않았다. 다만 언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구음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수어를 가르쳐주는 농인 선생님이 소리 내는 것을 어색하고 불편해하시더라"라며 "저보다 감정 신이 많은 진기주가 힘들었을 거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권 감독과의 호흡을 놓고는 "첫 만남부터 좋았다. 진중할 것 같은데 이상한 농담을 잘한다"라며 "처음에는 일주일 동안 전봇대에 서 있는 것만 찍었다. 위하준, 진기주의 롱테이크가 많아서 서 있어야 했다. 권 감독이 웃으면서 오면 '계속 서 있을게'라고 했다. 시나리오 보고 제가 느낀 것을 말했을 때 마음을 잘 알아줬다고 했다. 마음이 잘 통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길해연과 모자 케미를 보여준 배우 위하준은 연쇄살인마로 파격 변신했다. 길해연은 "멋지게 변신해서 기쁘고 대견하더라"라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당시에도 예뻐했다. 현장에서 '우리 아들'이라고 했다. 살도 많이 빼고 노력하고 현장에서 집중한 것이 잘 느껴졌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촬영을 밤에만 했다. 현장에 가면 진기주, 위하준은 이미 뛰고 있었다. 진기주가 소리를 표현하던 사람인데 못 하니까 감정이 많이 올라와 있었나보다. 뛰는 두 사람을 보고 저도 모르게 다가가 손을 잡고 막 울었다. 하염없이 울었다. '컷' 하는 순간 감정이 폭발한 거다. 몸도 고생했지만 마음도 아팠을 거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밤새고 뛰고 고생하는 것은 진기주, 위하준이 다 해서 육체적 고통은 크게 못 느꼈다"고 덧붙였다.

화제 속에 종영한 드라마 '괴물', '로스쿨'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보이스4'로 안방극장을 찾고 있는 길해연. '보이스4'에서 지방경찰청장 감종숙 역으로 몰입도를 더한 그는 "연기가 정말 재밌다"라며 변함없는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사람 만난다'고 표현한다.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가 있잖냐. 역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기할 때마다 마음이 넓어지고 이해력이 늘어난다. 매 순간 배우고 느끼고 좌절한다"고도 털어놨다.

길해연은 2003년 영화 '여섯 개의 시선'으로 데뷔해 다양한 매체에서 관록의 연기를 보여왔다. 특히 비영리단체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연극인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며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그는 "어려운 연극인을 도와야 한다. 어렵게 기부금을 모으러 다니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부금을 모아 장학금을 전달하고 병원비 지원도 하고 있다"며 "기금이 없어 늘 불안하다. 저에게 왜 이런 일을 시키나 원망도 들었지만 내가 조금 더 시간을 아끼고 쉬는 시간을 줄여 작은 보탬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연극인이 많이 힘들다. '우리 살아서 만나자'고 했다. 생존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려는 연기 말이다. 조언이 아닌 응원을 하고 싶다"고 진심 어린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미드나이트'는 지난달 30일 티빙과 극장에 동시 공개됐다.

[사진 = 티빙 CJ ENM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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