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 기후악당국가 한국[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30일 인스타그램에 섭씨 47.9도까지 치솟은 캐나다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우리는 지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파이프라인, 유전의 개방, 화석 연료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생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도 폭염 영향으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미국 서프사이드 아파트 붕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도 최근 들어 자주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폭염이 더 잦고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고에 귀를 기울인 정치인은 없었다.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온 몸’으로 느낀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부터 스웨덴 의회 앞에서 결석시위를 시작했다. ‘기후정의’를 위한 소녀의 작은 행동과 실천은 거대한 환경운동으로 발전했다. '#미래를위한금요일'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됐고, 7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는 탄소배출이 많은 비행기 대신에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툰베리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 연단에 올라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 각국의 정치 지도자를 비난했다. 그는 각종 환경관련 회의에서 “지도자들이 어린애처럼 굴기 때문에 우리가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눈엣가시처럼 굴면서 바뀔 때까지 행동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인주의자’들은 툰베리를 깎아내렸다. '정신 나간 아스퍼거 환자', '감정 과잉에 불안정하고 우울한 소녀'라고 헐뜯었다. 부인주의는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근거가 없다고 거부하는 불합리한 행태를 일컫는다. 진실을 회피하는 수단이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는 없었으며, 담배는 폐암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기후위기 역시 과장됐다고 떠벌린다. 부인주의자들이 자본의 논리를 대변하고, 언론이 그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싣는 동안 지구는 뜨거워고, 생태계는 파괴되고 있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면 살 곳이 확 줄어들게 되고, 난민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6번째 대멸종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을 경멸하는 툰베리는 ‘언행일치’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대서양을 건너는 보트 안에서 그는 무거운 책임감에 눈물을 흘린다. ‘지구의 대변인’이 겪어야하는 삶의 무게일 것이다. 나탄 그로스만 감독은 생태계 복원을 꿈꾸는 한 소녀가 기후전사가 되기까지의 위대한 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죽이겠다는 협박편지도 받았다. 그는 “행동하지 않아서 벌어질 일이 더 무섭다”고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결석시위에 나섰다. 3년전에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수십명이 함께한다. 더 많은 기후전사들이 탄생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온실가스 배출국가 7위를 차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2016년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됐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첫 번째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뒤에서 두 번째다. 그레타 툰베리와 비슷한 시기에 환경운동에 뛰어든 150여명의 ‘청소년기후행동’은 내년 3월 대선 정국에 ‘기후위기 이슈’를 만들겠다고 했다. 내년 대선 후보 가운데 기후위기 극복 청사진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툰베리를 비롯해 환경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에게 ‘어린애’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각자 ‘기후위기 극복 플랜’을 제시해야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의 생존을 위해 ‘기후악당국가’의 오명을 벗어야할 때다.

[사진 = 영화사 진진,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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