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맛' - 함소원 = '와카남' [이승길의 하지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 2018년 6월 5일. TV조선 '아내의 맛' 첫 방송. MC 이휘재, 박명수의 외침으로 프로그램은 시작됐고 장영란, 홍혜걸, 여에스더, 함소원 등 출연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편의 맛. 댁의 맛은 어떻습니까. 우리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아내의 손맛을 전하는 프로그램입니다"라는 것이 MC들의 새 프로그램 소개였다.

# 2021년 6월 29일. TV조선 '와카남' 첫 방송. MC 이휘재, 박명수의 외침으로 프로그램은 시작됐고 장영란, 홍혜걸, 여에스더 등 출연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우리가 이렇게 새로운 맛으로 돌아왔다. 감개무량하다"는 MC들의 소감과 함께였다. 달라진 건 프로그램명과 출연자 함소원의 존재 뿐이다.

# 지난 4월 '아내의 맛'이 막을 내린 이유는 '아름다운 헤어짐'이 아닌 '조작으로 인한 불명예 종영'이었다. 당시 '아내의 맛'은 출연자 중 한 명인 함소원이 시부모 별장, 신혼집, 목소리 대역 등 거짓 방송을 했다는 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제작진은 뒤늦게 "함소원 씨와 관련된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하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훼손한 점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하며 종영을 결정했다. 그리고 고작 두 달만에 '아내의 맛' 팀은 '와카남'이라는 새 간판을 달고 돌아왔다. 점을 찍고 돌아와 모두에게 다른 사람인 척 연기했던 드라마 속 캐릭터보다도 당당하고, 황당한 귀환이다.

# "촬영을 나가면 최선을 다하는 거지, 누가 와서 얘기를 안 해주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 나중에 그런 일이 터지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했다." '아내의 맛' 조작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묻는 질문에 출연자 박명수는 이와 같이 답했다.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조작되고 있음을 모른 채 참여했다면, 그로 인해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면 출연자들은 또 하나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의 맛'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진과 방송국은 함소원처럼 조작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하나의 주체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불과 몇 달 만에 똑같은 형식을 가지고 돌아와 이번 '리얼 관찰예능'은 믿어달라고 이야기한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아내의 맛' 첫 방송(위)와 '와카남' 첫 방송. 사진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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