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 '다크홀'에서 걸어나온 '나의 여자 친구'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러닝타임 13분의 단편영화 '나의 여자 친구'(감독 김주연)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예은이 짓는 찰나의 표정, 그 하나로 평온했던 주제가 단숨에 요동친다.

'나의 여자 친구' 예은을 연기한 오유진은 그 표정의 의미를 묻자 은밀한 비밀처럼 털어놓았고, "스무 살 때, 혼자 짐가방 들고 부산에 KTX 타고 가서 찍었던 영화"라고 뒤돌아 말했다. '나의 여자 친구'는 오유진의 표정을 끝으로 영화를 덮고 난 뒤에야 제목 '나의 여자 친구' 여섯 글자 사이에 새겨진 두 개의 공백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신예다. 표정으로 극의 공기를 뒤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오유진은 tvN '여신강림'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리고 OCN '다크홀'로 대중에 눈빛을 새겨 넣은 신예다. '다크홀'에서 고교생 한동림의 비운의 서사는 반전이 드러나기 전까지 오유진이 성실하게 카메라에 흘린 눈빛이 있어 완성됐다.

"6, 7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마지막 촬영 때도 너무 슬펐어요. 시원한 마음보다 섭섭한 마음이 95%예요. 이렇게 긴 호흡을 가지고 촬영한 게 처음이거든요. 평생 동안 이 현장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다크홀'을 본 사람들은 오유진의 눈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는 "어두운 면은 적고 워낙 밝은" 성격이라는 오유진이, 한동림의 비극을 살아있게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는 대답으로 충분했다.

"김옥빈 언니께서 '편하게 긴장하지 말고, 나랑 이 공간에 둘만 있다고 생각해'라고 말씀해 주신 게 감사했어요. 제 연기에 스스로 만족하는 건 없어요. 제 눈에는 부족하고 보완할 점만 많아 보였거든요. 그나마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답니다."

첫 인터뷰 촬영이라며, 사진 카메라 앞에선 부끄럽게 웃어버리던 이 어린 배우 오유진이 정말 '다크홀'의 어두운 소녀 한동림이고, '나의 여자 친구'의 그 마지막 표정을 짓던 여학생 예은이 맞는지, 덜컥 느껴지던 상반된 경계가 새삼 오유진이 가져올 미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스케이팅을 배우다 이란성 쌍둥이 오빠 따라 배우게 된 연기. 학원에 간 첫날부터 '이 길이 내 길이다'고 확신했던 이란성 쌍둥이의 여동생.

"희열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거요. '여신강림'과 '다크홀'을 비슷한 시기에 촬영했는데,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캐스팅될 거라 생각도 못하고 오디션을 봤거든요. 합격 연락 받고 울었죠."

울고 있다. '다크홀'에서 걸어 나온 오유진이 '나의 여자 친구' 속 그 표정을 지으며, 우리의 보배(珍)가 되기 위해 운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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