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비난 쏟아진 트레이드, 150km 불펜 에이스가 뒤집었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시간 참 빠르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해 6월 7일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는 1대1 맞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두산이 내야수 류지혁을 KIA에 건네고 KIA로부터 우완투수 홍건희를 받아들이는 내용이었다.

당시만 해도 KIA에 유리하고, 두산이 손해보는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류지혁은 주전급 백업 요원으로 2019년에는 타점 34개와 도루 18개를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한 반면 홍건희는 2019년 81⅔이닝이라는 기회를 받고도 평균자책점 7.16에 그치며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투수 자원이 '금값'이라지만 두산 팬들은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트레이드였다.

아직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섣부를 수 있지만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대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홍건희는 두산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150km대 묵직한 강속구를 필두로 평균자책점 1.61로 맹활약하고 있어 두산 불펜의 '에이스'라 할 수 있다. 류지혁은 오른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5월 이후 자취를 감추고 있는 상황. 때문에 양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홍건희는 지난 해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 중간계투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그리고 불펜이 자신에게 맞는 옷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투수진의 구멍을 대비하기 위해 홍건희에게 선발 연습을 들어갈 계획도 갖고 있었다. 새로 바뀐 외국인투수 2명도 검증이 되지 않은 단계였고 이영하, 유희관 등도 물음표가 있었다.

그러나 홍건희는 자신의 의사를 확고하게 나타냈다. 바로 불펜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본인이 작년에 불펜에서 던진 것이 적응이 됐고 올해도 불펜에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투수코치에게 이야기를 해서 불펜에 전념하기로 했다"면서 "그것이 본인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선발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선발투수 여러 명을 준비하려고 했다. 워낙 좋은 공을 갖고 있으니까 감독으로서도 욕심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는 김태형 감독은 "그런데 본인이 확고하게 불펜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확신이 있으면 그만큼 좋다는 뜻"이라고 홍건희의 의사를 존중했음을 밝혔다.

홍건희는 5일 잠실 SSG전에서도 두산이 8-3으로 추격을 당한 7회초에 마운드를 밟았고 한유섬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이재원에 좌전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놓였으나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박성한을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최지훈을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았고 고종욱에게는 120km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삼진으로 처리, 실점 없이 상대의 흐름을 차단했다.

물론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아직 시즌 중반이고 이제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비난을 감수하고 트레이드를 실행한 케이스이기에 더욱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홍건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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