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 "방북 이유? 작가로서 창피해서…독방 수감 후유증 남았다" ('대화의 희열3') [종합]

[마이데일리 = 정지현 기자] 황석영 작가가 지난 1989년 방북한 이유를 밝혔다.

13일 첫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 3'에는 황석영 작가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앞서 황석영은 지난 1989년 3월 민간인 최초 방북 소식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방북 이유에 대해 "과거 일본에 가서 강연을 하는데 북한에 대해 짓궂게 물어보더라. 질문을 하길래 '나는 북한에 한 번도 안 가 봐서 모르겠다', '나는 남한 역사의 산물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그 방식으로만 사고했기 때문에 그 한계 내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답변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 누군가 손을 번쩍 들고 '당신 같은 작가가 분단을 운명이라고 체념하고 받아들이면 우리 같이 외국에서 조국 통일을 바라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라고 하더라. 그 순간 창피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때 '에이 가버려야지'라고 결심했다"고 해 출연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를 들은 김중혁이 "방북 이유가 쪽팔려서 갔다는 건가. 정말 절실한 동기인 것 같다"고 했다. 황석영 작가는 "대한민국의 작가로서 창피해서. 내 존엄성, 한국 문학의 존엄성을 위해 쪽팔려서 갔다"고 이야기했다.

유희열은 "사회적 금기를 정말 파격적으로 깬 거다. 방북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뭐냐"고 물었다. 황석영은 "잃은 것은 별로 없다. 시간이 지체돼서 지금 이 나이까지 글 쓰고 있는 거. '장길산'이 32살에 시작해서 42살에 끝났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빛나게 써야 하는데 (망명 5년, 징역 5년으로) 그때가 빠진 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 대신 얻은 게 있다. 베를린과 뉴욕에 2년 반씩 있었다. 자본주의 서방 세계의 중심부에서 5년간 보냈다. 내 학교였다. 가뿐하게 남북 분단의 장애로부터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라는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황석영은 방북 이후 수감 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5년이면 긴 세월이다. 독방에서 5년 있었다. 원래는 징벌방이고 0.8평이었다"라며 "시멘트니까 겨울이 추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옥 후유증 중에서 제일 심각한 게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말을 잊어버리니까 자기가 분열된다. 그래서 황석영 B를 만든다. 내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며 중얼거렸다. 지금도 그게 많이 남아있다. 밥 먹다가도 자문자답을 한다"고 해 출연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 = KBS 방송 화면]

정지현 기자 windfa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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