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제로’ 삼성 우규민 “역시 야구를 잘해야 하나 봐요” [MD코멘트]

[마이데일리 = 수원 최창환 기자] “역시 야구를 잘해야 하나 봐요.” 삼성 라이온즈 필승조 우규민이 특유의 농담과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충분히 승리를 만끽하며 인터뷰에 임할만한 활약상이었다.

우규민은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1위 삼성은 박해민(5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의 맹타를 더해 7-5로 승, 20승 고지를 선점했다. 삼성이 10개팀 가운데 가장 먼저 20승을 따낸 것은 2015시즌 이후 6년만이었다.

우규민은 삼성이 6-5로 쫓긴 7회말 2사 1, 3루서 팀 내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우규민이 KBO리그 역대 25호 600경기 등판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초구로 장성우의 3루수 땅볼을 유도, 7회말을 매듭지은 우규민은 이어 8회말 문상철-박경수-김병희를 ‘KKK’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우규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챙겼다.

많은 취재진이 자리를 채운 인터뷰실에 들어선 우규민은 “오, 스포트라이트! 역시 야구를 잘해야 하나 봐요”라며 웃었다. 우규민은 이어 “운이 좋았다. 점수 차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볼을 안 던지려고 노력했다. 사실 7회말 초구는 실투였는데, 운이 좋았다. 믿음을 갖고 임하다 보니 운도 따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우규민은 ‘미스터제로’ 행진 중이다. 이날 경기 포함 올 시즌 17경기에 등판, 16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3승 1세이브 6홀드로 활약, 삼성의 1위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규민은 무실점 행진에 대해 “기록은 최대한 안 보려고 한다. 설레발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매 경기가 개막전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우규민은 또한 “아무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둔해지는 부분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순발력 운동을 더 하고 있다. 그 외에 준비하는 과정은 똑같고, 공 던지는 체력은 또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오)승환이 형은 지금 나이에도 150km 가까이 던지신다. 승환이 형 보면서 같이 잘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2004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우규민은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투수를 오가는 전천후로 커리어를 쌓고 있다. 다만, 여러 보직을 맡다 보니 특정 타이틀에서 누적 기록을 쌓는 데에는 불리한 감이 있다. 우규민은 이에 대해 “기록적인 면에서 아쉬울 순 있지만, ‘전천후’는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뿌듯한 마음이 크다”라고 전했다.

LG에서 활약했던 2007시즌에는 마무리투수로 활약, 오승환과 세이브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은 오승환과 함께 삼성의 8~9회를 책임지고 있다.

“2007시즌 전반기까지만 해도 승환이 형은 제 밑에 있었다. 그런데 후반기에 ‘불규민’ 타이틀을 얻었다. 30세이브하고 13블론세이브한 것도 전무후무한 기록 아닌가”라며 웃은 우규민은 “지금은 내가 투입되는 이닝의 마무리투수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승환이 형에게 최대한 주자 없이, 3아웃을 빨리 잡고 넘겨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2015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몰락했던 삼성은 2021시즌을 맞아 고공행진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투타의 짜임새가 예년에 비해 한결 좋아졌다. 호세 피렐라, 오재일 영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우규민은 “피렐라, (오)재일이가 와서 상대팀도 공격적인 면에서 우리 팀을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수는 기존과 같다. 제몫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있다. 나도 안 좋을 때 급격히 무너졌던 경험이 있는데, 요새 젊은 투수들은 생각보다 멘탈이 좋다. 오늘 무너져도 내일이면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그런 모습을 보며 팀이 확실히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부상만 안 당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우규민은 더불어 “마음 같아선 1,000경기까지 하고 싶다. 매 경기에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게 정말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이다. 더 많이 투입되면 좋겠지만, 던질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해 던지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우규민. 사진 = 수원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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