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부족한 선배인데…” 양희종 위한 배려, V3 더 빛냈다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비록 챔프전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지만, 안양 KGC인삼공사는 주장 양희종(37, 194cm)이 코트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길 바랐다. 코트 안팎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영향력, 팀에서 상징하는 바가 큰 존재였기 때문이다. ‘양희종의 후계자’ 문성곤도 흔쾌히 벤치로 물러나며 양희종과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KGC인삼공사는 2020-2021시즌 챔프전에서 KBL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KGC인삼공사는 전주 KCC를 상대로 KBL 역대 4번째 스윕을 따내며 V3를 달성했다. 특히 6강, 4강, 챔프전을 거치며 쌓은 플레이오프 10연승 우승은 KBL 역대 최초의 기록이었다. KGC인삼공사는 KBL이 2020-2021시즌을 맞아 새롭게 제작한 챔프전 트로피를 처음으로 따낸 팀이 됐다.

양희종은 “뜻 깊은 우승이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만 더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그 기회가 찾아왔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접전 끝에 우승했던 2차례 우승에 비해 감동이 조금 덜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너무 잘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KGC인삼공사는 앞선 2차례 우승 모두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했고, 우승을 확정지었던 6차전은 항상 접전이었다. 양희종은 KGC인삼공사가 접전 속에 우승을 차지할 때마다 빅샷을 터뜨렸다. 원주 동부(현 DB)와의 2011-2012시즌 챔프 6차전에서는 경기종료 직전 위닝샷을 성공시켰고, 서울 삼성과 맞붙은 2016-2017시즌 챔프 6차전에서는 챔프전 1경기 최다 타이인 8개의 3점슛을 몰아넣었다. 성공률은 무려 88.9%(8/9)였다.

그에 반해 2020-2021시즌 챔프전에서 양희종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잔부상으로 인해 3차전에 결장하는 등 3경기 평균 4분 46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문성곤이 물오른 기량을 보여준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가 우승을 달성한 순간, 양희종은 코트에 있었다. 코트 안팎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준 데다 팀 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큰 선수였던 만큼, KGC인삼공사가 바랐던 그림이었다.

이를 위해선 같은 포지션인 문성곤이 벤치로 들어가야 했고, 문성곤은 경기종료 1분여전 양희종과 교체됐다. 양희종은 “고생했다”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코트로 향했고, 홈 팬들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덕분에 양희종은 오세근과 더불어 3차례 우승 순간을 모두 코트에서 누릴 수 있었다.

양희종은 “(문)성곤이가 시즌 내내 워낙 잘해줬다.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성곤이도 우승하는 순간 코트에 있고 싶었을 텐데 선배에게 양보해줘서 고맙다. 약속된 부분은 아니었다. 많이 부족한 선배인데 챙겨준 후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문성곤은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마지막 순간 코트에 있지 못했던 것보단 챔프전을 못 뛰었던 벤치멤버들이 결국 코트를 못 밟은 게 아쉽다. 내 목표는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어 그동안 못 뛴 벤치멤버들이 고르게 투입되고, 막판 2분을 희종이 형과 (오)세근이 형이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에는 당연히 희종이 형이 서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가 홈구장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 2차례 우승은 모두 원정에서 확정지었다. 양희종은 2011-2012시즌 챔프전 우승 후 팬들을 초대해 진행한 우승 행사에서 “내년에는 홈에서 우승해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한 바 있는데, 이후 9시즌 만에 뜻을 이뤘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관중 입장과 우승 세리머니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양희종은 “우승한 건 좋지만, 끝난 후 팬들과 끌어안고 사진 찍는 걸 할 수 없었던 게 아쉽다. 너무 아쉬웠다”라고 돌아봤다.

코로나19 여파로 만원관중이 아니었던 것만 제외하면, KGC인삼공사의 우승은 완벽했다.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제러드 설린저 덕분에 가능했던 우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세근은 “내가 함께 뛰어본 외국선수 가운데에는 최고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희종 역시 “KBL 클래스가 아니다. 내가 봤을 땐 함께 뛴 외국선수뿐만 아니라 KBL 외국선수를 통틀어도 최고였다. 이 정도 클래스, 퍼포먼스를 보여준 외국선수가 있었나 싶다.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마트, BQ, 시야가 대단했다. 1번부터 5번까지 다 맡을 수 있었다. 나도 설린저에게 장난삼아 ‘공평한 리그를 위해서라면 오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양희종.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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