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액션퀸 안젤리나 졸리의 진가 [양유진의 클로즈업]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던)을 통해 액션퀸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한나(안젤리나 졸리)는 화재 현장에서 세 소년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공수소방대원이다. 소중한 생명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끊임없이 돌이키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던 그는 일부러 낙하산을 이용해 차에서 뛰어내리는 위험한 행동을 하고 몬태나 삼림 한복판의 화재감시탑에 홀로 유폐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피칠갑을 한 채 겁에 질린 소년 코너(핀 리틀)를 마주하는데 궁지에 몰려 갈 곳 없는 코너의 얼굴 위로 불길 속에서 차마 지켜주지 못했던 아이들이 겹쳐 지나간다. 아버지를 죽인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갖고 도주 중인 코너는 먼저 손 내밀어준 한나를 믿고 킬러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한나와 코너는 킬러가 지른 거대한 산불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고 함께 아픔을 극복해나간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 숲은 또 하나의 캐릭터다. 그저 하나의 공간적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갈등을 일으키는 촉매제이자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책임진다. 고요한 침묵이 흐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요란하게 번개가 치고 작은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무자비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영화를 연출한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여러 전문 기술자와 회의를 거쳐 나무를 심고 실제 불을 낸 후 촬영했다.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해 불을 재현하면 수학 방정식처럼 일종의 리듬이나 패턴이 존재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흠잡을 곳 없는 기술적 완성도과 배우진의 실감나는 연기가 어우러져 몰입감을 높인다.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안젤리나 졸리는 대체 불가능한 카리스마와 더불어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툼 레이더', '솔트' 등에서 액션 배우로의 진가를 선보인 그는 이 영화에 그간의 노하우를 집대성했다. 더 나아가 팔굽혀펴기를 하루에 300개씩 하고 20m 높이 소방타워에서 뛰어내리는 액션도 직접 소화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킬러에 당당하게 맞서는 임산부 앨리슨으로 분한 메디나 생고르는 현란한 총격전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첫 악역 도전에 나선 니콜라스 홀트는 냉혹한 암살자 패트릭으로 등장해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시너지를 형성한다.

후반부 한나와 패트릭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극강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한쪽에서는 목숨을 노리는 살인자가, 다른 한쪽에서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거대한 불길이 다가오는 상황은 장르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러닝타임 100분.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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