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오지환과 '믿는 선배'의 의무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저는 잘 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귀를 번쩍이게 만드는 한마디였다. LG 오지환(31)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의 경기를 마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섰다. LG가 7-4로 승리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결승타에 귀중한 추가 득점을 올리는 타점도 기록하면서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사실 이날 오지환은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3회말 박계범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잡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2루수에 토스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저질렀고 이는 LG의 실점으로 이어졌다.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아웃카운트를 올리기 위해 던졌다. 그래도 타구가 외야로 빠지지 않아 스스로 만족한다.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김)현수 형이 2점홈런을 치면서 따라갈 수 있었다"는 게 오지환의 말.

LG는 1-4로 뒤지던 5회초 김현수가 우월 2점홈런을 치면서 반격의 신호탄을 쐈고 오지환은 6회초 2루주자 홍창기를 홈플레이트로 불러들이는 우전 적시타를 날려 팀에 5-4 리드를 안겼다. 여기에 8회초에는 중전 안타를 날려 2루주자 홍창기가 득점하게 했다.

아직 오지환의 시즌 타율은 .214로 저조한 편이다. 경기 후 오지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초반에 좋지 않은데 나는 잘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대뜸 자신의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슨 의미일까. "스스로 생각하기에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 같다"는 오지환은 "나를 보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후배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믿는 선배가 잘 하지 못하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느덧 프로 12년차를 맞은 오지환은 벌써 팀에서 중고참의 위치에 올라 있다.

LG에서 오지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래서 오지환의 체력을 관리하는 것 또한 매해 LG가 지적 받는 과제로 꼽힌다. 류지현 LG 감독은 '포스트 오지환'으로 꼽히는 신인 이영빈을 1군에 콜업하면서 "오지환의 현재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점을 봤을 때 체력도 세이브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 후보는 이영빈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영빈의 콜업은 오지환이 출전 욕심을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히려 내가 욕심이 더 생기더라. 더 많은 이닝을 나가고 싶다"고 웃음을 지은 오지환은 "(이)영빈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영빈이는 다가오는 후배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오지환의 말처럼 '믿는 선배'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무'부터 실천해야 한다. 어린이날의 맹타는 그것을 실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오지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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