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의 데뷔팀 첫 300승 무산, SK는 ‘신흥 명가’ 원했다 [MD이슈]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듯했던 문경은 감독 체제가 막을 내렸다. SK가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또 한 단계의 도약을 준비한다.

서울 SK는 최근 전격적으로 사령탑을 교체했다. SK는 지난달 29일 “전희철 수석코치를 제8대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2024년 5월까지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2011-2012시즌에 감독대행으로 SK의 지휘봉을 잡았던 문경은 감독은 10시즌 만에 사령탑 자리에서 내려왔다. 계약만료까지 1년 남겨두고 있었던 문경은 감독은 기술자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경은 감독은 SK의 암흑기 탈출을 이끈 사령탑이다. SK는 문경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9시즌 동안 단 한 차례(2007-2008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그쳤던 팀이다. 그마저도 6강에서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에 스윕을 당했다. 감독 선임부터 전력 구성에 이르기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모래알’이라 불리는 등 조직력은 매 시즌 낙제점을 받았다.

SK는 문경은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뗀 후 플레이오프 컨텐더로 변모했다. 2012-2013시즌에 창단 첫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등 2014-2015시즌까지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서장훈 시대(1999-2000시즌~2001-2002시즌) 이후 첫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였다. 하지만 이는 문경은 체제에서 기록한 마지막 연속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로 남게 됐다.

2015-2016시즌부터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SK는 원주 DB와의 2017-2018시즌 챔프전에서 숙원이었던 V2를 달성했다.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문경은 감독은 SK에 2번째 챔프전 우승을 안기며 2번째 재계약에 성공했다.

문경은 감독은 이후 2020-2021시즌에 이르기까지 총 10시즌 동안 SK를 이끌었다. 구단 역사상 최장기간 감독일 뿐만 아니라, KBL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장기집권이었다. 한 팀에서 10시즌 이상 팀을 이끈 사령탑은 문경은 감독을 포함해 유재학 감독(현 현대모비스 17시즌), 유도훈 감독(현 전자랜드 11시즌), 허재 감독(전 KCC 10시즌) 등 단 4명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팀을 이끈 만큼, 누적기록도 상위권이다. 문경은 감독은 SK에서 정규리그 통산 288승 241패 승률 .544를 기록했다. 역대 7호 300승까지 단 12승 남은 터였다.

유재학 감독(현대모비스 544승), 유도훈 감독(전자랜드 305승)의 뒤를 잇는 역대 3호 단일팀 300승이 눈앞이었다. 또한 달성 시 감독으로 데뷔한 팀에서 300승을 달성한 역대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었다. 유재학 감독, 유도훈 감독은 각각 감독 데뷔 후 2번째 팀에서 300승을 달성한 감독들이었다. 하지만 문경은 감독은 진기록을 눈앞에 둔 시점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SK는 플레이오프 컨텐더를 넘어 보다 꾸준히 우승 전력을 유지하길 원했다. ‘KBL 최고의 명가’로 꼽히는 울산 현대모비스처럼 돌발변수에도 무너지지 않고 끈끈한 팀 컬러를 유지하는 팀이 되길 바랐다. 문경은 감독 역시 부임 초기 “(김)선형이와 함께 유재학 감독님, 양동근이 있는 현대모비스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문경은 감독은 SK의 체질개선을 이끈데 이어 V2도 안겼지만, 최근 팀 성적의 편차는 컸다. SK는 2017-2018시즌 챔프전 우승 후 2018-2019시즌 9위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조기종료된 2019-2020시즌에 원주 DB와 공동 1위를 차지했지만, 2020-2021시즌에는 8위로 내려앉았다. 다시 말해 안정감이 떨어졌다. 변수도 있었지만, 롤러코스터 같았던 행보는 SK가 변화를 택한 결정적 배경이 됐다.

SK 측은 “10년간 팀을 잘 이끌어준 문경은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도권 명문 구단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농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팀 분위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 팀을 가장 잘 알고 전술적으로도 준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희철 수석코치를 승격시켰다”라고 밝혔다.

지휘봉을 물려받은 전희철 감독은 “SK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하며,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하신 문경은 감독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10년간 문경은 감독께서 쌓아 놓은 성과를 이어받고 더욱 발전시켜 SK를 대한민국 최고의 농구팀으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전희철 체제’로 새 출발을 알린 SK는 빠른 시일 내에 코칭스태프 구성을 완료, 차기 시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경은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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