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오리온, 구멍이 너무 크다, 리버스스윕 기대할 수 있나[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멍이 너무 크다.

오리온은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서 2연패했다. 10일 1차전 22점차 대패, 12일 2차전 8점차 패배. 그나마 2차전서 경기내용이 다소 좋아지면서 희망을 봤다. 하지만, 몇 가지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일단 이승현 공백이 너무 크다. 그리고 데빈 윌리엄스가 계륵으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디드릭 로슨은 공격력이 탁월하다. 그러나 골밑 수비는 파워의 약점이 있다. 정규경기 내내 이승현의 적절한 도움수비로 보완했는데, 이 부분을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외국선수들의 득실마진에서 조나단 모트리와 데본 스캇이 버틴 전자랜드에 현저하게 밀린다.

오리온은 정규시즌에도 로슨에게 빅맨 수비를 맡겼지만, 효율적인 더블팀과 로테이션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승현마저 빠지자 이 약점이 크게 드러난다. 이종현과 박진철로는 조나단 모트리 제어에 한계가 있다.

결국 페인트존 득점 싸움, 특히 외국선수들의 득점이 밀리면서 흐름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승현이 없으니 효율적인 빅 라인업 가동도 어렵다. 1차전의 경우 스몰라인업으로 지역방어를 해봤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결국 수비조직력의 약점이 드러났다.

2차전서 수비조직력은 다소 개선됐다. 최현민, 최승욱, 김강선 등의 수비활동량이 많았고, 1차전보다 모트리에 대한 도움수비 움직임이 괜찮은 장면이 나왔다. 2대2의 경우, 디드릭 로슨은 스위치와 헷지를 적극적으로 하는 등 좋은 장면도 있었다. 반대 편에서 국내선수들이 헬프를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이때 로테이션이 되지 않아 실점하는 장면도 있었다.

오리온은 정규경기 최소실점 2위(78.9점)다. 그러나 조직력보다 이승현과 이대성, 한호빈 등 개개인의 수비력이 돋보였다. 이승현과 이대성이 집중견제를 당하고 체력이 떨어진 시즌 막판에는 전체적으로 수비가 많이 흔들렸다.

2대2 수비에 대한 지속적인 약점도 6강 플레이오프서 갑자기 해결되긴 쉽지 않다. 더구나 김낙현은 스크린을 받자마자 미드레인지와 3점 라인 밖에서 던지는 풀업 점퍼가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스캇이 스크린을 잘 걸어준다. 결국 1~2차전 승부처서 전자랜드의 2대2 제어를 하지 못했다.

공격의 경우, 하프코트의 비중이 높다. 정규경기 속공이 경기당 7.4점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반면 속공 실점은 10.7점으로 가장 많았다. 이대성이 묶이고 이승현이 빠지면서 로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차전이 딱 그랬다. 심지어 로슨은 모트리를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관계자는 "로슨이 1차전 시작하자마자 모트리에게 기싸움에서 밀리더라"고 했다.

시즌 막판 이대성이 집중견제에 시달리면서 팀도 침체됐다. 현대농구에서 신장이 좋은 포워드를 에이스 가드에게 붙이는 건 일반적이다. 여기에 이대성 특유의 45도에서의 돌파를 즐기는 부분을 파악한 상대가 빅맨을 활용, 적절히 도움수비를 하면서 이대성의 득점력을 철저히 떨어뜨렸다. 이대성이 막히면서 시즌 막판 이대성과 이승현의 2대2 위력도 다소 떨어졌다. 윌리엄스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로슨은 미드레인지에서 많이 움직이는 스타일. 한 관계자는 "오리온은 연계플레이에 의한 골밑 공격보다 점프슛을 많이 시도한다.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래도 2차전서 이 부분은 상당히 개선됐다. 강을준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유기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5가지 정도 약속된 움직임이 있다"라고 했다. 한호빈에 임종일까지 볼 핸들링을 하면서 이대성이 간결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대성이 돌파 후 상대 빅맨의 움직임을 보면서 동료의 컷인을 살려주기도 했다. 강 감독은 "오펜스에서 볼 없는 움직임이 괜찮았는데, 자신감을 갖고 확률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다.

이승현은 이번 6강 플레이오프서 뛰기 어렵다. 반면 전자랜드는 이대헌이 복귀, 전력이 더 강력해졌다. 오리온은 2차전 내용이 개선됐지만 벼량 끝이다. 기적 같은 리버스스윕이 가능할까. 강 감독은 "국내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외국선수 싸움에서 졌다"라고 했다.

[오리온 선수들(위), 강을준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