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신한은행 PO 패자? 멋진 조연, 화려하게 떠났다[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게 가장 무의미한 것이다."

WKBL 4강 플레이오프가 막을 내린지 사흘이 지났다. 여전히 패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남긴 여운이 짙다. 두 팀을 단순히 플레이오프 패자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정규경기 우승은 폄하하면 안 된다. 신한은행의 '졌잘싸'도 인상적이었다. 두 팀은 플레이오프의 멋진 조연이었다. 그리고 화려하게 떠났다.

우선 우리은행. 시즌 내내 극강의 공수활동량을 기반으로 스몰라인업을 가동, 정규경기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 과정에서 박지현과 김소니아라는 새로운 원투펀치를 발굴했다. 포인트가드 김진희와 포워드 오승인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러나 로테이션 폭이 더욱 큰 삼성생명 스몰라인업의 힘에 밀렸다. 일찌감치 4위를 확정한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마지막까지 우승다툼을 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컸다. 기본적인 로테이션 폭도 삼성생명보다 훨씬 좁았다.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약점이 부각됐다. 예를 들어 박지현과 김소니아의 미흡한 페이스 관리, 박혜진과 최은실의 부상 이슈에 의한 충실하지 못했던 시즌 준비(때문에 예년보다 체력이 완전하지 않았다). 공수겸장 에이스 김정은의 시즌 아웃까지.

통합 6연패 후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다. 이미 '포스트 임영희' 시대다. 장기적으로 박혜진과 김정은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 오히려 김소니아, 박지현, 김진희가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정규경기 우승이라는 경험을 한 것이 더욱 값졌다. 위성우 감독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게 가장 무의미한 것이다.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했다.

비록 삼성생명 업셋의 희생양이 됐지만, 우리은행의 객관적 전력을 감안할 때 애당초 통합우승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웠다. 정규경기 우승도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임영희 코치의 철저한 준비가 빛을 발했다.

신한은행은 시즌 전 최하위권으로 평가 받았다. 수년간 에이스 김단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탈피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정상일 감독 부임과 함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 시즌 조직력을 상당히 끌어올렸다.

6개 구단 중 비 시즌 준비가 가장 알찼다. 타 구단과의 연습경기를 철저히 배제한 대신 남중, 남고 등 피지컬에서 난이도 높은 파트너들을 상대로 효율적인 스파링을 했다. 전력 노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디테일한 테스트와 피드백이 가능했다.

공수활동량을 극대화했고, 김단비 이경은 한채진을 축으로 김애나 김아름 한엄지 유승희를 끼워 넣었다. 특히 유승희는 2년 공백을 극복했다. 김애나는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결과 오프 더 볼 무브에 의한 컷인과 로테이션 디펜스가 상당히 좋아졌다. 지역방어와 트랩, 트랜지션 공격도 날카로웠다. 우리은행과 함께 시즌 내내 스몰라인업의 진수를 선보였다.

전력을 120~150%로 극대화하면서 정규경기 3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서도 수비활동량을 극단적으로 올려 KB를 몰아쳤다. 결국 체력부담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그러나 박지수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상일 감독은 "그래도 정말 잘 해줬다.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베테랑이 많은 팀이지만, 로테이션 폭을 넓혔다. 미래가 밝다. 김아름, 한엄지, 유승희는 성장했다. 다음 시즌에는 빅맨 김연희가 돌아온다. 김이슬, 정유진, 신인 이다연도 있다. 정 감독은 올 시즌 KBL, WKBL 나머지 15개 구단에 '시즌 준비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시즌 막판 "어떻게 보면 다음 시즌이 진짜"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우리은행 선수들(위), 신한은행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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