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할렘농구’, 오리온의 딜레마가 된 윌리엄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최창환 기자] 정말 오랜만이다. 강을준 감독이 ‘할렘농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만큼 대체외국선수 데빈 윌리엄스(27, 202cm)의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고양 오리온 앞에 닥친 딜레마다.

강을준 감독은 지난 4일 서울 SK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앞서 윌리엄스의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골밑장악력이 기대치를 밑돌아 고민이 많은 듯한 모습이었다.

오리온은 지난 1월 제프 위디를 윌리엄스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위디가 지닌 신장(213cm)과 수비력은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요소지만, 위디의 공격마무리능력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결국 오리온은 보다 안정감 있게 득점을 쌓아줄 빅맨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윌리엄스를 영입했다.

오리온의 선택을 받은 윌리엄스는 합류 후 2번째 경기에서 첫 더블 더블을 작성하며 기대감을 심어줬지만, 이후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별미가 될 것으로 보였던 3점슛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데다 공격력의 기복도 컸다. 오리온이 A매치 휴식기에 풀지 못한 숙제였다.

강을준 감독은 SK전에 앞서 “영상을 보며 생겼던 기대치에 비하면 경기력이 안 나온다. 골밑에서의 파괴력을 기대했는데…. 3점슛이 좋은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 비하면 3점슛 성공률은 높다. 다만,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선 윌리엄스가 골밑에서 활약해야 한다. 슛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해도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던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을준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리온은 접전 끝에 SK를 81-79로 꺾으며 단독 3위가 됐지만, 윌리엄스는 KBL 데뷔 후 개인 최소인 6득점에 그쳤다. 3점슛은 3개 모두 림을 외면했고, 2점슛 역시 9개 가운데 단 3개만 성공시켰다. 7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실책도 3개 범해 SK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강을준 감독은 경기종료 후 보다 강도 높게 윌리엄스를 질책했다. 강을준 감독은 “저 정도로 난사할 줄 생각도 못했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는데, 미팅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을준 감독은 이어 “(한숨을 내쉰 후)성격 안 좋은 선수들도 데리고 있어봤는데…”라고 덧붙였다. 문득 아이반 존슨을 떠오르게 하는 한마디였다.

강을준 감독은 2쿼터 중반 실책을 범한 윌리엄스를 곧바로 불러들였다. 이후 잠시 설전 아닌 설전을 벌였다. “왜 교체한 것인가. 자존심 상한다.” 윌리엄스의 말이었다. 이에 강을준 감독은 “혼자 난사하고 실책해서 교체했다”라고 답했다. 강을준 감독은 이어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할렘농구’를 하고 있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농구 팬들에겐 그야말로 추억의 단어다. 강을준 감독은 창원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에서 숱한 어록을 남겼다. 당시 강을준 감독의 어록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이 제작되는가 하면, 강을준 감독의 작전타임을 모은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를 통해 조명되고 있다.

“우리는 영웅이 필요 없다고 했지?”, “왜 자꾸 완빵(?)을 노리냐고!”와 함께 인기를 끌었던 한마디가 바로 “지금 우리가 지고 있는데 무슨 NBA 농구, 할렘농구를 하려고 그래?”였다. 정돈되지 않은, 무리한 공격을 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할렘농구’라 표현한 것이다.

강을준 감독은 “윌리엄스가 아직 뜨거운 맛을 못 본 것 같다. KBL은 쉬운 무대가 아니다. 한국농구를 무시하는 듯한 플레이를 하는 건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다. 이 친구(윌리엄스)가 농구를 저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전했다. 강을준 감독은 이어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 2옵션이었던 디드릭 로슨을 1옵션으로 쓰는 운영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에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던 오리온은 강을준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한 가운데 FA 대어 이대성을 영입했다. 시즌 도중에는 최진수를 울산 현대모비스에 넘겨주고 이종현을 영입하는 빅딜도 단행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할 선수 구성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리온은 외국선수 교체 카드가 1장 남아있다. 하지만 자가격리기간, 팀 적응기를 감안하면 부담이 따른다. LG 사령탑 시절 번번이 6강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강을준 감독이 한을 풀기 위해선 윌리엄스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오리온의 정규리그 후반기, 플레이오프 키워드다.

[데빈 윌리엄스.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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