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리포트: 삼성생명의 준비된 업셋, '멘붕' 우리은행 녹다운

[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준비된 업셋이었다.

누가 삼성생명이 2001년 겨울리그 한빛은행 이후 20년만에 정규경기 4위의 챔피언결정전행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임근배 감독의 치밀하고 철저한 준비가 업셋의 밑바탕이 됐다. 우리은행의 약점을 찔렀고, '멘붕'에 빠진 우리은행은 스스로 무너졌다.

임근배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뒤 꾸준히 업셋을 준비해왔다. 우리은행, KB와 맞붙을 것을 각각 가정하고 맞춤형 포메이션을 구상했다. 공수 활동력이 좋은 우리은행, 박지수의 존재감이 명확한 KB 모두 쉽지 않은 상대.

임 감독은 변화를 꾀했다. 로테이션 폭을 극단적으로 넓혔다.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을 거의 활용했다. 윤예빈, 배혜윤, 김한별을 중심축으로 삼고 조수아, 신이슬, 김나연, 김보미, 이주연, 김단비, 이명관 등을 폭넓게 기용했다.

결국 최적의 스몰라인업 가동을 위한 조합을 찾는 과정이었다. KB는 말할 것도 없고, '활동량 만렙'인 우리은행을 상대로 활동량이 적고 잔부상이 있는 배혜윤과 김한별을 동시에 가동하는 건 위험하다고 봤다.

정규시즌 막판 로테이션 폭을 좁히는 과정에서 당연히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뭘 보여주려고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4강 플레이오프 내내 강렬한 경기력을 뽐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조차 3일 3차전을 앞두고 "우리가 1차전에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지현 때문에 다 진 게임이었는데 박지현이 마지막에 넣어줘서 이겼다"라고 했다.

삼성생명은 베테랑 김보미를 축으로 신이슬, 김단비가 시리즈 내내 강력한 공수활동량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의 강점을 희석시켰고, 배혜윤-김한별 더블포스트를 양념처럼 섞으면서 1~2차전 모두 압도했다.

강점이 희석된 우리은행은 숨어있던 단점이 부각됐다. 가용인력이 적은 상황서 공수겸장 에이스 김정은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여기에 공수에서 기복이 심한 박지현과 김소니아의 약점도 부각됐다. 박지현은 1차전서 수비 미스가 많았고, 김소니아는 2차전서 잠시 경기력이 살아났으나 시즌 막판부터 페이스가 저조했다.

사실상 박혜진 홀로 고군분투해왔다. 박지현이 1차전 막판 클러치 득점을 하며 팀을 살렸지만, 거기까지였다. 2~3차전을 하루 걸러 계속 치르면서 체력 약점이 부각됐다. 활동량에서 밀렸고, 공수에서 안정감이 떨어졌다.

임 감독은 2차전 중반부터 더블포스트 가동 빈도를 높였다. 우리은행의 더블팀과 로테이션 활동량이 좋지 않은 걸 간파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장신가드 윤예빈의 각성과 베테랑 김보미의 엄청난 공수 응집력, 노련한 김한별을 앞세워 시리즈를 지배했다.

오히려 우리은행은 3차전서 자멸했다. 기본적인 활동량이 크게 떨어졌다. 기록된 턴오버 외에 잔실수가 너무 많았다. 이지슛 미스, 볼 컨트롤 미스, 코트밸런스가 맞지 않는 움직임 등 기본에 충실한 우리은행답지 않았다. 리바운드 가담도 현저히 떨어졌다. 사실상 '멘붕'이었다. 삼성생명의 3점포 난조만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20점 내외로 벌어질 경기였다. 3쿼터 막판 삼성생명이 잠시 느슨한 틈을 타 맹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멘붕에 빠진 우리은행을 쉴 틈 없이 몰아쳤다. 더블포스트를 가동할 때 상대 더블팀에 빠른 패스게임에 의한 외곽포와 얼리오펜스의 조화로 손쉽게 승부를 갈랐다. 김한별과 배혜윤의 효율적인 대처, 김보미의 크레이지모드, 윤예빈과 신이슬의 잠재력 폭발까지. 64-47 승리. 1패 후 2연승, 철저하게 준비된 업셋. 이제 삼성생명은 7일부터 KB와 3년만에 챔피언결정전 리매치를 갖는다. 단, 4쿼터 초반 윤예빈의 부상이 걱정거리다.

그렇다고 우리은행을 비난할 수는 없다. 정규경기 내내 빈틈 없는 조직력과 위성우 감독의 디테일로 2% 부족한 KB를 제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사실 우승팀 치고 객관적 전력은 강하지 않았다. 단기전서 그 약점이 드러났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은행은 정규경기 막판부터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삼성생명-우리은행 3차전 장면. 사진 = 아산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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