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리포트: 신한 왕성한 수비활동량의 부작용, 박지수는 박지수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정상적으로 하면 힘들다."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은 KB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극단적인 압박'을 택했다. 로테이션 폭을 넓히고, 체력전을 통해 높이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현실적 선택. 1차전 시작과 함께 강력한 4분3 프레스, 존 프레스를 했고, 엔드라인, 사이드라인, 하프라인에서 계속 트랩을 들어갔다. 박지수에 대한 더블팀은 기본이었다.

신한은행은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스몰라인업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며 선전했다. 강한 공수활동량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오프 더 볼 무브와 패스게임, 로테이션 디펜스를 선보였다. 실제 KB를 두 차례 잡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봤다.

KB는 지난달 28일 1차전서 신한은행의 강력한 압박에 꽤 고전했다. 신한은행의 극단적인 업템포 농구에 덩달아 템포를 올려 부정확한 공격을 남발했다. 템포 바스켓을 하지 못하고, 신한은행에 맞춰주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KB는 이겼고, 신한은행은 졌다. 신한은행은 3쿼터부터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 40분 내내 풀코트 프레스와 트랩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공격의 정확성까지 떨어졌다. 그럴수록 박지수의 위력은 극대화됐다.

신한은행은 박지수의 좋은 피딩을 감안, 박지수 특유의 패스라인을 철저히 차단했다. 때문에 박지수의 실책을 9개나 끌어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다 박지수의 로 포스트 장악을 막지 못했다. 신장의 차이에서 오는 제공권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박지수는 1차전서 23점 27리바운드라는 괴력을 선보이며 KB 승리를 이끌었다. 내용상 신한은행이 압도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하루 쉬고 맞이한 2일 2차전. 정 감독은 "정상적으로 하면 힘들다"라고 했다. 왕성한 수비활동량과 강력한 압박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초반부터 수비활동량을 줄이면 KB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KB는 1차전보다 준비가 잘 됐다. 안덕수 감독은 "상대의 프레스와 트랩에 두 가지 패턴을 지시했다"라고 했다. 박지수가 공을 받아주는 움직임이 아니라, 기존 선수들을 활용했다. 신한은행은 1~2쿼터에는 풀코트 프레스를 자제하고 트랩의 비중을 높였다. 이때 KB는 잘 대응했다. 최희진, 강아정, 심성영의 효율적 3점포가 잇따라 림을 갈랐다.

신한은행은 3쿼터부터 본격적으로 풀코트 프레스 강도를 높였다. 성공적이었다. 신한은행은 노련한 김단비와 한채진이 실책을 유도해 속공 득점을 종종 만들었다. 하지만, KB의 트랩 및 프레스 대처는 1차전보다 좋았다. 결국 초반부터 10점 내외의 KB 리드가 이어졌고, 끝내 이 격차가 끝까지 유지됐다.

신한은행은 극단적인 수비로 세트오펜스의 정확성이 많이 떨어졌다. 돌파 옵션은 물론 오픈 3점슛의 정확성도 낮았다. 3~4쿼터에 풀코트 프레스를 집중시킨 전략은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멤버 구성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단, 시즌 내내 왕성한 공수활동량으로 돌풍을 일으킨 부분, 정상일 감독의 날카로운 지도력 등은 인정 받아야 한다. 잘 싸웠다.

결국 KB의 71-60 승리. 2승으로 2년만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부족한 KB지만, KB는 KB였고 박지수는 박지수였다. KB는 시즌 내내 조직력이 불안했다. 공수활동량이 떨어지는 약점도 여전했다. 4강 플레이오프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박지수의 존재감은 역시 어마어마하다. 2년만에 다시 열리는 챔프전은 자존심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다.

[박지수와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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