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회 없겠구나’ 두산 채지선이 돌아본 데뷔전, 그리고 반전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천 최창환 기자] ‘냉정하다. 이제 기회 없겠구나.’ 5분도 준비하지 못한 채 치른 데뷔전. 채지선(26)은 난조 끝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마음도 내려놓은 채 2군으로 향했다. 하지만 채지선은 다시 찾아온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았고, 소중한 경험을 쌓은 끝에 2020시즌을 마쳤다.

그래서 채지선에겐 2021 스프링캠프가 중요하다. 뒤늦게 치른 데뷔시즌에 보여준 성장 가능성이 ‘반짝’이었는지, ‘진짜 실력’이었는지 검증될 2021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2015 2차 1라운드 8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채지선은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하는 등 오랫동안 2군에 머물렀다. 2020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당장 마운드에 오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채지선은 예상보다 빨리 2020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두산이 어린이날에 ‘잠실라이벌’ LG 트윈스를 상대로 치른 개막전에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 하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만 남겨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채지선은 폭투를 범하는 등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1자책) 난조를 보였고, 데뷔전을 치른 직후 1군에서 말소됐다.

“당연히 안 나갈 줄 알았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 불어넣고 있는데 갑자기 부르시더라. 이후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5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라고 데뷔전을 회상한 채지선은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올라갔고, 안 좋은 모습을 보여 바로 2군에 내려갔다. ‘냉정하다. 올해는 더 이상 기회가 없겠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심기일전, 약 한 달 만에 1군으로 콜업된 채지선은 주말 3연전 모두 투입되지 않았다. 이어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2군으로 다시 내려갔다. 아직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채지선은 “퓨처스리그에서 한 달 동안 잘 던졌고, 불펜 상황이 조금 안 좋아졌다. 그래서 투입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1군에 올라갔는데, 기회를 받지 못한 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창원으로 넘어오라는 연락이 왔다”라고 말했다. 크리스 플렉센이 갑작스런 허벅지부상으로 이탈했고, 채지선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 것.

채지선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월 9경기에서 총 9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 자책점 3.72를 기록, 가능성을 보여준 채지선은 이후 1군에서 꾸준히 경험치를 쌓았다.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 채지선의 말이다.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했지만, 데뷔전의 쓰라린 기억은 채지선에게 약이 됐다. 채지선은 “몸이 덜 풀린 채 데뷔전을 치렀던 경험 때문에 이후에는 내가 투입될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항상 스트레칭을 했다. 언제, 어떤 상황이 와도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2군에서 함께한 정재훈 코치의 조언도 채지선에겐 자극제가 됐다. 채지선은 “정재훈 코치님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냉정하게 말씀해주신다. 굉장히 냉정하시다. 예를 들어 ‘너보다 어린 누구는 연봉을 몇 배 더 받는다’라고 하신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고, 그게 현실이다.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자극도 받았다. 안 좋은데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것보다 차라리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게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귀중한 한 시즌을 경험한 후 맞이하는 새 시즌. 채지선은 예년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채지선은 “배영수 코치님이 선발 스타일이니까 그렇게 준비하라고 하셨는데, 모르겠다. 아직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편하다. 지난해 캠프보다 편한 부분도 있다. 예전에는 1군 형들이 낯설어서 긴장했는데, 이제 형들과의 나이차가 적다. 그래서 심적으로 조금 더 편한 상태에서 캠프를 치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지선은 이어 “체인지업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나 스스로도 제일 자신 있는 구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 상황에서 투입되면, 2군에 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과 욕심 때문인지 바닥으로 빠지더라. 일단 삼진 욕심보단 스트라이크를 넣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다듬어야 할 것 같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채지선. 사진 = 이천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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