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 형' 향한 팬들 기대 "SSG 와이번스 어떠십니까"[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SSG 와이번스 어떠십니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7일 밤 기준 약 53만2000명이다. 최근에는 확실히 야구 팬이 많이 다녀갔다. 신세계의 SK 와이번스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정 부회장이 올린 게시물들은 야구와 큰 관련이 없다. 그런데 이 게시물들의 댓글은 대부분 야구단 관련 내용이다.

정 부회장의 구단주 취임을 미리 축하하는 내용과 야구단 관련 질문, 특히 구단 명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SSG 와이번스 어떠십니까"라고 제안했다. 실제 구단 명과 CI 작업 등은 구단 인수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기로 한 결정적 배경은 정 부회장의 '비즈니스 결단'이다. 미래 먹거리 사업을 구상하는 상황서 야구단과의 시너지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스포츠가 모기업의 이미지 재고에 도움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구단이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려도 팬들은 감독이나 선수 등 구단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다. 신세계가 야구판에서 이 틀을 어떻게 깨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인지 궁금하다.

일단 신세계 관계자들은 26일 오후 늦게 와이번스 사무실을 방문했다. 처음으로 양사 실무진의 만남이 이뤄졌다. 와이번스도 류선규 단장을 필두로 매각 TF팀을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와이번스는 최대한 인천 팬들의 정서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신세계는 구단 명으로 '와이번스'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댓글에는 '와이번스'를 유지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분명한 건 정 부회장도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이마트 유튜브 채널에 출연, 직접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배추로 요리까지 했다. 소탈한 모습에 좋은 반응이 많았다. 지난해 말에는 스타벅스 유튜브 채널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신세계와 정 부회장은 KBO리그 팬들, 그리고 인천 팬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들여야 하고, 기존 소비자들의 충성도도 강화시켜야 한다. 특히 기존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강화하려면 팀 성적이 받쳐줘야 한다.

골수 야구 팬일수록 구단의 비즈니스가 아닌 선수단을 향한 과감한 투자와 좋은 성적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접근해도, 프로스포츠는 성적을 간과할 수 없다. '와이번스' 유지를 원하는 팬들의 진심을 마냥 외면 하기는 어렵다.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NC는 2년 전 FA 시장에서 양의지에게 125억원을 배팅했다. 김 구단주의 결단이 없었다면 제시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결국 2020년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심지어 김 구단주는 집행검 세리머니를 직접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구단주가 구단에 진심으로 애정을 쏟고, 팬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과거 '무게 잡던' 오너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50대 '젊은 오너'의 감각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신세계가 KBO리그 새 회원사로 가입하면 정 부회장 역시 50대 초반의 젊은 구단주가 된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도 '용진이 형'이라고 부르며 댓글을 게재한 사람들이 있다. 그의 소통 및 비즈니스 행보가 야구단과 어떻게 결합하고, KBO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다만, 신세계는 2012년 4월 갑작스럽게 여자프로농구단 운영을 접어 한국농구에 대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융권이 중심이던 WKBL에서 구단을 운영하기엔 실익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런데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순수 자생구단은 9년 전에도 지금도 거의 없다. '용진이 형'은 9년 전에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었다. 그는 다시 대단한 도전에 나선다.

[SK행복드림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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