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더 뛰어야죠" 36세 베테랑 박철우가 살아남는 법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힘들어도 체력 관리를 위해 새벽 러닝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 프로 16년차 36세 베테랑 박철우의 롱런 비결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원정경기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전까지 3경기 연속 5세트를 치르며 체력에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오히려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2연승과 함께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완승의 중심에는 맏형 박철우가 있었다. 17일 현대캐피탈전부터 2경기 연속 주춤했던 그는 이날 공격성공률 69.23%에 20점을 올리며 완벽하게 살아났다. 장병철 감독도 경기 후 “본인이 베테랑답게 훌훌 털어내고 전화위복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스스로 이겨냈다. 오늘을 토대로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박철우의 반등을 반겼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철우는 “최근 주춤한 이유를 알았다면 바로 내가 찾았을 것”이라고 웃으며 “나도 왜 갑자기 떨어지는 알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 안 되는 것 같기도 했고, 세터와의 호흡도 의심해봤다. 그러나 일단 나한테 먼저 문제점을 찾아보려 했다”고 털어놨다.

경기력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장병철 감독이었다. 박철우는 “감독님이 타법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선수 시절 노하우를 알려주셔서 그대로 해봤는데 다행히 경기에서 잘 통해 공격하기 수월했다. 어려운 공 처리도 쉬웠다”고 흡족해했다.

박철우는 타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존의 스핀을 역으로 걸었다. 원래 하던 대로 하면 이미 분석이 다 돼 있어 수비수들이 위치에 가 있는다. 블로킹도 자주 걸린다”며 “감독님이 반대로 스핀을 걸면서 블로커에 혼란을 주라고 하셨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 힘으로 치지 말고 점프를 덜해도 공을 컨트롤하면서 때리라는 조언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1985년생인 박철우는 2005년 V리그 출범부터 시작해 무려 16시즌을 보내고 있는 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남자부 득점 부문에서 6104점으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고, 공격득점 역시 유일하게 5000점을 돌파했다. 통산 후위 득점, 서브 득점 1위에도 박철우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꾸준히 코트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박철우는 “힘들긴 한데 마냥 쉰다고 체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라며 “새벽부터 러닝을 뛰면서 체력적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한다. 또 예전에 비해 근육 부상이 잦은데 20대 때 100을 관리했다면 지금은 2~300을 관리한다. 그래야 그나마 유지가 된다. 앞으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팀 내 최고참에 포지션도 라이트이지만, 전략 변경에 따라 리시브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려 한다. 박철우는 “요즘에 센터들과 같이 중점적으로 리시브 훈련을 하고 있다”며 “포지션은 원래 기존 구성대로 하는 게 제일 좋지만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다. 나도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에서 리시브를 해야 한다. 추가 연습을 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프로 16년차 베테랑도 이번 짧은 슬럼프를 통해 배운 점이 있었다. 박철우는 “누구나 기복은 있지만 그걸 어떻게 빨리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 매 시즌 보면 처졌을 때 빨리 올리는 선수가 곧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철우. 사진 = KOVO 제공, 장충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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