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여오현, '리빌딩속 빛나는 베테랑의 품격'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문성민(35)과 여오현(43)이 출전하자 험난한 리빌딩을 선택한 현대캐피탈이 V리그를 제패하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리빌딩 열풍 속에서 베테랑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세대 교체 과정에서도 베테랑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포지션 경쟁에서 밀리기도 하지만 팀이 필요로하는 곳에서 묵묵히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게 바로 리빌딩 과정 속에서 더욱 빛나는 베테랑의 가치다.

공격성공률 46.66%, 후위 공격 1개를 포함 7점.

문성민은 기록만 놓고 보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1, 2세트를 모두 무기력하게 내준 뒤 패색이 짙었던 어린 선수들에게 5세트 듀스 끝 역전승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문성민은 훤칠한 외모와 강력한 스파이크로 2016~17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상을 석권한 V리그 대표선수이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난해 3월 KB손해보험전 이후 무려 10개월만의 복귀다. 문성민은 지난해 4월 무릎 수술을 받으며 장기간 재활과 회복에 전념했다.

지난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기에 현대캐피탈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성민이 복귀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문성민은 “정신없이 들어가서 오랜 만에 뛰었는데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수술한 이후로 무릎 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여기서 점프력이 더 좋아지진 않겠지만 움직임을 보완해 감각을 끌어올리면 될 것 같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성민과 함께 여오현의 역활도 눈에 띄었다.

여오현은 V리그를 대표하는 리베로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서 뛰며 9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2015~16시즌부터는 플레잉코치로 후배들과 함께하고 있다. 나이가 들며 순발력은 전성기보다 떨어졌지만 리시브 능력은 여전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범실 없이 17개의 리시브를 받아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리빌딩을 시작했다. 동갑내기 신영석, 황동일은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으로 떠났고, 현재 코트의 주인은 김명관, 김선호, 허수봉, 박경민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다.

위기때마다 구심점 없이 흔들리던 어린선수들에게 문성민, 여오현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그동안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최민호, 차영석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왔지만, 문성민이 갖는 존재감은 남다르다.

문성민의 복귀와 함께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 들어 승률 5할(4승 1패)을 처음 넘겼다.

경기 후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기존 선배님들이 해냈던 명문팀의 힘, 전통을 많이 배운 한판”이라고 평가하며 “어린 선수들이 문성민이를 보고 잘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문성민이의 지금 위치가 그냥 이뤄진 게 아니고 그만큼 노력해서 됐다는 걸 느꼈으면 한다. 그게 문성민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13경기 문성민의 복귀로 달라질 현대캐피탈 리빌딩의 결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험난한 리빌딩을 선택한 현대캐피탈이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문성민과 여전한 수비력을 선보인 여오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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