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주 "'세자매'=전환점, 도전 자신감 생겨…아동학대 더 특별한 법률 생겼으면" [인터뷰 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모델 장윤주가 천만 영화 '베테랑' 이후 6년 만에 '세 자매'로 관객들 앞에 섰다. 긴 공백기, 두 번째 출연작임에도 불구하고 '배우 장윤주'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장윤주는 20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7일 영화 '세 자매' 개봉을 앞두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

'세 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김선영),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장윤주)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세 자매'는 장윤주의 6년 만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더했다. 지난 2015년 영화 '베테랑'에서 미스봉 역할을 맡아 화려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장윤주는 차기작 '세 자매'에서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 셋째 미옥 캐릭터로 분해 또 한 번의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날마다 술과 함께하며 365일 취해있는 미옥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모델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와중에도 배우 활동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는 장윤주. 그는 "제가 18세에 모델로 데뷔하긴 했지만 학교는 서울예대 영화과를 나왔다. 당시 막연하게 찍히는 사람이 아닌, 찍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진학했다. 연기 외에 연출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1년 재수 끝에 들어갔다. 사실 모델로 데뷔한 직후부터 계속 영화 제안들이 있었다. 2년에 한 번꼴로. 신인 때는 더 자주 들어왔다. 영화감독님들과 미팅을 가졌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제가 패션에 집중하고 해외 나가는 게 중요시되는 시기라서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장윤주는 "제 동기들이 잘나가서, 주변에서 '너는 왜 영화 안 하니?'라는 질문도 많이 했다. 배우 손예진, 한혜진, 정우, 김종관 감독, 박상현 감독 등이 제 동기다. 친구들이 다 영화 쪽에 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선뜻 연기 도전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장윤주는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류승완 감독님의 '베테랑'도 한차례 거절 끝에 참여한 것이었다. 출연 이후엔 훨씬 더 많은 작품의 제안이 들어왔는데, 겁이 나더라. 미쓰봉 캐릭터와 비슷한 류의 연기를 이어가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싶고, 연기에 대한 나의 진실된 마음에 확신이 없는 상태이고 제가 어린 나이도 아니라서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제가 에너지도 많지만 섬세하고 꼼꼼한 부분도 있어서 결국 다 거절했다. 스스로에게 어떻게 보면 인색할 수도 있고 신중한 편이다. 그리고 그동안에 결혼과 출산으로 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출산 후에도 작품이 들어왔지만 복귀에 자신이 없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오랜만의 복귀에 '세 자매'도 출연을 망설였지만 결국 마음을 돌린 장윤주. 그는 자연스럽게 '세 자매'에 스며들었다고. 장윤주는 "그동안에 계속 거절을 하다가 '세 자매' 시나리오를 받았다. 제가 실제로 세 자매 중 막내로 살아오기도 해서 마음이 갔다. 무엇보다 문소리, 김선영 언니들의 출연이 매력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결심하게 됐다. 고민을 하는 동안 질문을 막 쏟아내는데, 제가 이미 대본을 파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윤주는 배우로서 열의를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거절만 할 게 아니라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세 자매' 이후에 들어오는 작품들은 거절하지 않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세 자매'는 변화의 시작이고, 전환점이 되었다.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당차게 밝혔다.

'세 자매'에서 장윤주는 발그레한 맨얼굴, 샛노란 탈색 머리 등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한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눈빛부터 표정, 몸짓까지 미옥이 되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준비하는 남다른 연기 열정을 쏟았다.

이에 대해 장윤주는 "예쁘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게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처음 시나리오에선 미옥이 팬티랑 늘어난 티셔츠만 입고 있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복장으로 있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갑자기 영화가 19금으로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더라(웃음). 그런 얘기들이 나와서 옷을 어떻게 입을지 함께 연구했다"라고 비하인드스토리를 전했다.

장윤주는 "의상팀이 따로 있었지만 제가 직접 쇼핑을 하러 다녔다. '베테랑' 때도 모델로 보여지기보다 캐릭터 자체로 보여지기 위해 '어떤 의상을 입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고 그때도 제가 의상을 찾으러 다녔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발품을 팔았고, '세 자매'에서 미옥이 주로 착용하는 그 노란 점퍼가 제가 산 옷이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그는 "가족들에게 거침없는 미옥이기에 당연히 우려했던 지점들이 있었다. 제가 원래 갖고 있는 매력으로, 제가 표현함으로써 미옥이 미워할 수 없게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미옥 자체, 이 인물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인물을 사랑하고 싶었다. 마음이 아플 수 있는 부분들까지도 내가 끌어안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다. 그게 시작이었다"라고 역할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선배 문소리, 김선영과의 첫 작업은 어땠을까. 장윤주는 "저도 당연히 처음엔 언니들이 어려웠는데, 제 기억엔 첫 만남에 언니들이 저를 더 무서워했던 것 같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작품을 하기로 결정했으니까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문소리, 김선영은 영화인으로서 너무나 많은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기에 언니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었다. 듣는 게 힘이었다. 연기에 있어 제 고집을 피우기보다. 두 선배님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다시 시도해보고 이런 과정들이 촬영하는 동안 되게 재밌었다. 다시 신인이 되는 기분이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장윤주는 "언니들과의 소통이 되게 즐거웠다. 정말 많이 배웠다. 문소리 언니에겐 디테일한 감정을 나열하고 펼치는 것과,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 등에 대해 배웠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선영에 대해선 "되게 폭발적이다. (연기를) 본능적이고 육감적으로 발산하는 사람이다. 나도 저 꼼꼼함을 가져가야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장윤주는 "촬영이 끝나고 (김)선영 언니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저를 안아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 통화로 '윤주야 너는 천재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저한테 정말 놀랐다고 한다. (문)소리 언니는 유연함에 놀라웠다고 얘기해 주셨다"라며 웃어 보였다.

더불어 장윤주는 '세 자매'에서 가정폭력 이슈를 다룬 것에 대해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뉴스들이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는데, '세 자매'가 같은 연결선상으로 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건 아니다. 다른 방향의 이야기"라고 짚었다.

그는 "하지만 가족 안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홍역이 오고 그런 채로 살 수도 있지 않나. 우리 영화는 나도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진 않았더라도 정신적, 정서적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너를 때렸어' 이것만이 폭력이 아니라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윤주는 "계속해서 아동학대에 있어서는 더 특별한 법률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에스팀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