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향한 미묘한 온도차, 감독과 절친의 시선은[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종현이가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얘기하더라."

이종현은 작년 11월 빅딜을 통해 오리온에 입단했다. '고려대 선배이자 '절친' 이승현과 다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오리온은 제프 위디 혹은 디드릭 로슨, 이승현, 이종현으로 이어지는 트리플포스트를 구축했다.

강을준 감독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트리플포스트의 활용 빈도를 낮췄다. 올스타브레이크 직전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물론 플레이오프를 감안할 때, 폐기할 필요는 없는 옵션이다. 다만, 이제까지는 득보다 실이 컸다.

강력한 골밑 수비와 제공권 외에 이렇다 할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로슨과 이승현, 이종현 조합의 지역방어 완성도가 살짝 좋아졌다. 특히 로슨의 활동량이 괜찮다. 하지만, 양 코너의 약점은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외곽까지 원활하게 커버하기에는 트리플포스트의 발이 느리다.

그렇다면 공격에서 득실마진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좋지 않았다. 위디~이승현~이종현 조합은 사실상 폐기했다. 지역방어의 외곽 커버는 물론 득점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승부처에 양념처럼 로슨~이승현~이종현 조합을 썼다. 그래도 수비 완성도가 좋아진 것에 비해 공격은 정체되는 흐름이 보였다.

여기서 이종현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이승현은 KBL 최고의 공수겸장 4번이다. 로슨도 수준급 공격력에 수비력도 (여전히 파워가 떨어지는 약점이 분명하지만) 많이 향상됐다. 그러나 이종현은 수준급 세로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위디보다도 생산력이 좋지 않았다. 결국 이승현과 로슨의 더블포스트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강 감독은 "종현이가 찬스만 나면 중거리슛을 던져줘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야 수비수가 외곽으로 나가면서 이승현과 로슨에게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현은 주춤하거나 슛을 시도해도 적중률이 높지 않았다.

로 포스트에서 몸을 수비수에게 붙이면서 하는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역시 불안했다. 심지어 13일 SK와의 홈 경기서는 고졸 2년차 김형빈을 확실하게 요리하지 못했다. 공 컨트롤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7분23초 동안 2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

이적 후 17경기서 평균 13분 동안 3.6점 2.8리바운드 1.2어시스트 0.3스틸 0.4블록. 작년 11월 14일 삼성과의 데뷔전(15점) 이후 단 한 경기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2점슛 성공률 33.8%에 페인트존슛 성공률 45.5%. 무득점 경기도 다섯 차례였다. 물론 출전시간이 짧았다. 그러나 생산력이 좀 더 좋았다면 당연히 출전시간은 늘어났을 것이다.

이종현은 2018~2019시즌 29경기, 2019~2020시즌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아킬레스건 파열, 무릎 슬개골 골절로 수술과 재활을 하는 시간이 길었다. 사실상 3년만에 제대로 뛰는 시즌. 그 와중에 팀까지 옮겼다.

때문에 오리온 내부적으로는 이종현의 극심한 부진을 이해하는 시선이 있다. 강 감독은 "세 번 정도 수술을 한 뒤 심리적으로 좋지 않다. 연습할 때는 굉장히 좋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은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다 보니 자신의 플레이가 안 나온다"고 했다.

이승현도 비슷한 생각이다. "종현이가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얘기하더라. 그러나 종현이와 (최)현민이 형이 와서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지금은 내가 메인이고 종현이는 서브다. 그런데 나중에 종현이가 더 잘해서 메인을 꿰찰 수도 있다. 지금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잘 하는 것이다. 내 체력안배를 해주고, 블록과 패스 등 해주는 게 많다"라고 했다.

심지어 "나는 종현이가 부진하다는 말이 기분 나쁘다. 의문이 있다. 득점을 많이 한다고 농구를 잘 하는 게 아니다. 종현이에게 득점 욕심을 내지 마라고 한다. 나중에 더 좋아지면 득점도 챙기면서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라고 했다.

이승현의 말대로 이종현이 수비와 블록에서 팀에 공헌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다만, 외부에선 기대치를 더해 아쉬움을 표하는 시각이 많다. 현 시점에선 수비형 센터라는 평가가 맞다. 이종현이 KBL에 입성했을 때 기대치에 비해 성장속도가 느리고, 이적 후 임팩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고교, 대학 시절 공격기술을 효율적으로 습득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강 감독은 "나는 종현이에게 내년을 보겠다고 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만 해달라고 했다"라고 했다. 일단 올 시즌에는 이승현의 백업으로 뛰면서 내실을 좀 더 다지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그리고 올 시즌 후에는 장기적 차원에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이종현과 오리온 모두를 위해서다. 강 감독은 "득점이 좀 더 나올 수 있도록 밀당을 하겠다.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종현(위, 가운데), 이종현과 이승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