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감독님 방 찾아갔다” 기승호가 전한 작전타임 비화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현대모비스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작전타임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재학 감독과 기승호(36, 194cm)가 친한 형, 동생 사이처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지난 12일 창원 LG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81-64로 승리했다. 3위 현대모비스는 4연승을 질주, 2위 고양 오리온과의 승차를 없앴다.

4쿼터 막판 작전타임에서는 재미있는 장면도 포착됐다. 유재학 감독은 서명진이 “늦게 숀을 봐서…”라고 한 말을 못 들었고, 이후 기승호에게 “뭐래?”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기승호는 “늦게 숀을 봐서 줄까말까 고민했대”라고 답했다. 기승호 통역(?)의 도움을 받은 유재학 감독은 서명진을 향해 “그럼 안 쏘면 되잖아!”라고 지적했다. 기승호가 유재학 감독의 팔을 툭툭 치는 것도 깨알 같은 장면이었다.

해당 장면은 농구 커뮤니티,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KBL 최고의 명장이자 엄격한 사령탑으로 알려진 유재학 감독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기승호에 대해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의 과거 작전타임을 소환하는 팬들도 있었다. 유도훈 감독은 이현호에게 “이현호! 상대는 너를 우습게 봐! 어떻게 할 거야?”라고 질책했고, 이현호는 이에 “알았어!”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도훈 감독은 “OK? 찬스 나면 자신 있게 던져!”라고 말하며 작전타임을 마쳤다.

기승호는 “(서)명진이는 사투리가 심한데다 목소리도 작다. 감독님이 ‘애늙은이’라고 하실 정도다. 조동현 코치님도 ‘목소리 크게, 패턴 크게’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작전타임이라 음악도 크게 나오다 보니 감독님이 못 들으신 것 같다. 나는 작전타임마다 유심히 듣기 위해 감독님 옆에 붙어있는 편이다. 그래서 감독님이 나에게 물어보셨고, 그런 상황이 나왔다, KGC인삼공사에 있을 때도 김승기 감독님에게 말투가 어눌한 (김)철욱이의 말을 통역해드렸다. 내가 통역을 잘하는 것 같다(웃음)”라고 말했다.

기승호는 이어 “선수들끼리도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나는 ‘고민했대요’라고 말했다. ‘요’는 너무 작게 말해서 안 들린 것 같다. 나도 경기 끝난 후 풀영상을 보며 놀랐다. (함)지훈이 형, (이)현민이 형 등 선배들도 있기 때문에 나는 항상 예의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악마의 편집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숙소에 도착한 후에는 유재학 감독의 방까지 찾아갔다. “감독님이 오해하실까봐 찾아갔다. 현대모비스 온 후 감독님 방을 찾아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운을 뗀 기승호는 “감독님은 그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걸 모르시더라. 절대 반말한 게 아니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라고 덧붙였다.

2019-2020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기승호는 안양 KGC인삼공사를 떠나 현대모비스와 계약기간 2년 보수총액 1억 9,000만원에 계약했다. KGC인삼공사에서도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지만, 보다 많은 팀에서 뛰며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결심한 이적이었다.

기승호는 “LG에서 계속 뛰었다면 그 자체도 의미가 있었겠지만, KGC인삼공사에서 뛰며 또 다른 것을 많이 배웠다. 10개팀에서 모두 뛸 순 없겠지만, 여러 팀에서 뛰면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팀마다 시스템이 다르고, 감독님의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지도자가 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일지도 매일 쓰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승호는 또한 “이적한지 1년도 안 됐고,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다. 감독님이 엄격한 분으로 알려졌지만, 생활적인 면에서 너무 편하게 대해주신다. 명진이도 예전에는 ‘예’,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했는데 이제 숀 롱에게 (공)주려고 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얘기한다. 그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다.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며 현대모비스가 왜 강팀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기승호는 현대모비스에서도 선발, 식스맨을 오가며 주축으로 뛰고 있다. 31경기에서 평균 19분 28초를 소화했다. 이는 군 제대 후 14경기를 치른 2012-2013시즌을 제외하면, 2010-2011시즌(평균 26분 18초) 이후 가장 많은 출전시간이다. 다만, 잔부상 여파로 4라운드 4경기에서는 평균 10분 13초를 뛰는 데에 그쳤다. 득점도 없었다.

기승호는 “비시즌훈련부터 컵대회까지는 너무 좋았다. 시즌에 맞춰 몸을 잘 만들었는데, SK와의 개막전에서 실수 1~2개를 범했고 팀도 졌다. 그래서 부담이 오래 갔는데, 감독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11~12월에 떨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KGC인삼공사전(23일)에서 부상을 입었다. 팀에 부상선수가 많아 참고 뛰었는데, 최근에 치아까지 아프게 됐다. 신경치료를 받느라 새해 들어 체중이 4kg 정도 빠졌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극복하고 있다. 식스맨으로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 만큼, 만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며 올스타 휴식기를 맞았고, 열흘 동안 경기가 없다. 팀 정비를 위한 최적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기승호는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을 위한 희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참으로서 벤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가교역할도 잘하고 싶다. 팀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선두 싸움을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왔다. 최후에 웃을 수 있도록 휴식기에 잘 정비하겠다”라고 전했다.

[기승호.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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