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권은 정말 2억 5000만원 받을 자격이 있을까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새해 들어 잠잠하던 스토브리그에 난데 없이 연봉조정신청이라는 이슈가 떠올랐다. KT 우완투수 주권(26)이 구단과 연봉 협상에서 난항을 겪었고 결국 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주권의 지난 해 연봉은 1억 5000만원. 주권은 연봉 2억 5000만원으로 인상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KT는 2억 2000만원으로 맞서고 있다. 3000만원의 차이. 주권은 66.7% 인상을 원하고 KT는 46.7% 인상에 만족하라고 한다. 과연 KBO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주권의 2020시즌 활약은 눈부셨다. 77경기에 등판해 70이닝을 던져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KT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홀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출전 경기수 역시 1위였다. 그가 투구한 70이닝 또한 불펜 투수 중 3위에 해당한다.

과거의 사례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지난 10년간 KBO 리그에서 주권과 비슷한 기록을 남기거나 역할을 맡았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사례를 알아보도록 한다.

▲ 이전 시즌 홀드 1위에 대한 대접 = 우선 단순히 홀드 1위를 기록한 선수에 대한 대접을 살펴본다. 지금은 FA 신분인 김상수는 2019년 67경기에서 56⅔이닝을 던져 3승 5패 40홀드 평균자책점 3.02로 홀드 부문 신기록을 작성했다. 작년 주권보다 홀드 9개를 더 많이 쌓았지만 경기수와 이닝수에서는 주권이 더 많았고 평균자책점도 주권이 더 좋았다. 어쨌든 홀드 1위를 차지한 김상수의 연봉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승했다. 예비 FA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2억원대에서 50%가 인상됐다. KT가 주권에게 인상하려는 46.7%보다 높은 수치다.

▲ 주권과 비슷한 역할을 한 케이스 = 2020년 KT가 창단 7년 만에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것처럼 2018년 한화는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맛보는 감격을 누렸다. 이때 막강 불펜의 일원으로 이태양이 있었다. 2018년 이태양은 63경기에서 79⅓이닝을 던져 4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이태양의 연봉은 73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수직 상승. 2016년 롯데 이정민은 67경기에서 77이닝을 소화해 5승 2패 2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남겼고 연봉이 65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들의 사례는 주권이 2019년 71경기에서 75⅓이닝을 던져 6승 2패 2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하면서 연봉이 63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껑충 뛰어 오른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이태양과 이정민은 전년 시즌에 이렇다할 활약이 없어 연봉이 크게 뛰어 올랐다. 주권도 2018년 평균자책점이 8.39라 2019년 연봉이 6300만원으로 삭감됐는데 2019시즌에 특급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면서 138%가 인상될 수 있었던 것이다.

▲ 2년 연속 70경기, 70이닝, 25홀드, 2점대 ERA 기록한 투수 찾기 = 그렇다면 2년 연속 필승조로 활약한 사례를 찾아야 한다. 주권은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 70경기 이상, 70이닝 이상, 25홀드 이상을 기록한 투수다. 지난 10년간 기록을 보니 주권과 일치한 케이스가 없었다. 2011~2020시즌에 7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가 33명인데 그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4명 밖에 없었다. 4명 중 2명이 2019년 주권과 2020년 주권이라면 설명이 될까. 나머지 2명은 2012년 롯데 이명우와 2019년 SK 서진용이었다.

▲ 2년 연속 필승조로 맹활약한 케이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타고투저의 바람이 거센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이는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주권처럼 2년 연속 필승조로 활약하면서 주권의 기록과 근접했던 선수들의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키움 한현희다. 한현희는 2013년 69경기에서 67⅓이닝을 던져 5승 1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활약했고 이듬해 연봉이 5000만원에서 1억 2500만원으로 상승했다. 2014년에는 66경기 78⅔이닝 4승 2패 2세이브 31홀드 평균자책점 3.20으로 뛰어난 성적을 남겼고 2015년 연봉 인상률 84%를 기록하며 2억 3000만원에 사인했다.

키움 조상우는 2014년에는 48경기 69⅓이닝 6승 2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47로 활약하면서 연봉이 2800만원에서 6800만원으로 뛰어 올랐고 2015년 70경기 93⅓이닝 8승 5패 5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09으로 눈부신 투구를 하며 2016년 연봉 1억 7000만원을 받았다. 연봉 인상률은 150%에 달했다.

물론 참고사항일 뿐이다. KT 구단이 산정한 연봉 책정 체계가 있기 때문에 타구단 선수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확실한 사실은 하나 있다. 주권과 같은 케이스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것이다. 주권이 2018년의 부진을 딛고 2019년 필승조로 성장하면서 연봉 인상률 138%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70경기 이상, 70이닝 이상, 25홀드 이상, 2점대 평균자책점을 2년 연속 기록한 특급 계투의 사례는 지난 10년간 찾을 수 없었다. 이것만으로 주권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주권. 사진 = 마이데일리 DB, KBO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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