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조스’ 무너진 SK, 문경은 감독의 메시지 “겉절이 되지 말자”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들러리밖에 안 되면 얼마나 짜증나겠나. 겉절이 되지 말자.” 위기 속에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문경은 감독이 선수단에 전한 메시지였다.

서울 SK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부산 KT와 더불어 유독 굴곡이 많은 팀으로 꼽힌다. KT가 7연패 직후 7연승하며 중위권 경쟁에 가세한 반면, SK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내리막길을 걸었다. 1라운드에 6승 3패를 기록했던 SK는 2라운드 4승 5패에 그쳤고, 3라운드에는 2승 7패에 머물러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경기력이 저하된 데에는 분명한 요인이 있었다. 시즌 초반 닉 미네라스의 팀 적응력, 부상선수들의 합류 후 시너지효과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다. 최근 들어 안영준, 최준용, 김선형 등 핵심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을 당하는 악재도 맞았다. 컨디션이 저하된 김민수 역시 지난 9일 창원 LG전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연패 후 어렵게 1승, 이후 또 연패가 반복됐다. ‘희조스’가 없었다”라는 게 문경은 감독의 설명이었다. ‘희조스’는 문경은 감독이 2019-2020시즌 미디어데이 출사표에서 희생, 조직력, 스피드라는 팀 슬로건을 묶어 만든 합성어였다.

주축선수들이 빠져 팀 분위기가 저하된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두 가지 항목은 보여줘야 한다는 게 문경은 감독의 견해다. 문경은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실력이 안 되면 조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팀을 위한 희생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선수들에게 희생, 스피드라도 살리자고 했다. 그래서 스피드가 안 나오는 (김)민수를 제외했다. LG전은 다행히 이겼다”라고 말했다.

SK는 LG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90-87로 승, 급한 불을 껐으나 갈 길이 멀다. 13승 16패 8위. 여전히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이다.

다만, 중위권이 물고 물리는 순위경쟁을 펼쳐 충분히 중위권 도약은 노릴 수 있다. 8위 SK와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인 공동 5위 그룹(전자랜드, KT)과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일단 11일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를 이기면 공동 7위가 된다.

문경은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은 후 종종 “현역시절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멀어진 후 남은 경기를 치르는 게 너무 싫었다. 다른 팀들은 플레이오프 준비할 때 들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위기에 빠진 선수들에게 전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문경은 감독은 “들러리밖에 안 되면 얼마나 짜증나겠나.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있고, 중위권 팀들과 플레이오프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일단 비슷한 위치에 있는 팀들과의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래서 오늘 S더비가 중요하다. 홈에서 열리는데다 오랜만에 연승에 도전하는 경기다”라고 말했다.

문경은 감독은 더불어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겉절이 되지 말자’라고 했다. 오늘 경기를 이긴 후 올스타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13일 vs 오리온)를 맞이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최준용은 아직 붓기가 남아있어 수술을 받지 않았다. 문경은 감독에 따르면 최준용은 이번 주 내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SK는 최준용의 재활기간을 약 6개월로 내다보고 있다.

[문경은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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