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산을 구했던 사나이…김민규 "KS 2차전 아직도 안 믿겨요"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막았는지 모르겠네요."

김민규(22, 두산)에게 2020 한국시리즈 2차전은 약 50일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민규는 당시 5-4 턱밑 추격을 당한 9회말 1사 1, 2루서 마운드에 올라 박민우를 삼진, 이명기를 1루수 땅볼로 잡고 혼란을 수습했다. 경기 종료였다.

김민규는 마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NC전 마무리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런 긴박한 상황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고 웃으며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막았는지 모르겠다. (박)세혁이 형만 믿고 던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민규는 지난해 두산이 발견한 새로운 보물이다. 휘문고를 나와 2018 2차 3라운드 30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3년 만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2019년까지 1군 경험이 통산 2경기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등판까지 해낼 수 있었을까.

김민규는 “이전에는 1군에 서면 어색했다. 야수, 포수가 모두 바뀌어서 분위기 적응을 못했다”며 “그러나 작년에는 감독님이 못해도 믿고 자주 기용해주셨다. 그러면서 적응을 했고, 경기력도 조금씩 좋아졌다”고 말했다.

가장 큰 전환점은 스프링캠프였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김민규도 시작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캠프 MVP인 ‘미스터 미야자키’ 역시 그의 차지였다.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진다”는 김태형 감독의 평가를 통해 봄부터 성공을 예상할 수 있었다.

김민규는 구슬땀을 흘린 결과 지난 시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29경기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89의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용찬의 부상 이탈, 이영하의 보직 변경, 크리스 플렉센의 발 골절상 등 유독 선발진에서 부침을 겪은 두산이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김민규, 최원준 등이 대체 선발 역할을 잘해줬기 때문이다.

김민규는 “무조건 1군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미스터 미야자키에도 선정되고 자신감도 갖게 됐다”며 “물론 초반에는 못했지만 2군 내려가서 아직 끝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또 열심히 했다. 다시 1군에 올라갔을 때는 내 공을 던지며 후회하지 말자는 각오였는데 계속 남을 수 있었다. 대체 선발로 나가서 잘 던진 것도 도움이 됐다”고 총평했다.

2019년 17승을 거둔 선배 이영하의 조언도 성장에 도움이 됐다. 김민규는 “(이)영하 형이 캐치볼 할 때 밸런스와 하체를 잘 잡아줬다. 멘탈도 신경을 많이 써줬다”며 “형이 멘탈이 좋아서 올해는 꼭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꿈만 같았던 2020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김민규는 2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벌써부터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개인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목표는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투구다. 특히 캠프서 제구력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김민규는 “작년보다 좋은 몸을 만들고 구속도 올리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구를 더 신경 쓸 계획”이라며 “작년 경기를 보면 제구가 되는 직구가 잘 먹혔다. 물론 구속이 오르면 타자들의 변화구 타이밍이 늦어지지만, 일단 제구가 우선이다. 그 다음이 구속”이라고 강조했다.

새 시즌 대체 선발이 아닌 선발 정착 욕심은 없을까. 그는 “아무래도 선발 쪽에 매력을 더 느낀다. 파이어볼러가 아니기 때문에 필승조, 마무리 등 뒤쪽보다는 앞쪽이 낫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좋은 선배님들이 있어 기회를 엿보겠다. 일단 그 전에 보직과 상관없이 어느 자리에 가든 잘 막고 싶다”고 밝혔다.

이 모든 소망이 이뤄지기 위해선 부상이 없어야 한다. 모든 프로 선수들이 새해 소망으로 부상 없는 한 시즌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민규도 마찬가지다. 그는 “안 다치는 게 우선이다. 이제 시작했는데 다치면 안 된다”고 힘줘 말하며 “안 다치고 1년이 무사히 갔으면 좋겠다. 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서 이번에는 우승까지 하고 싶다. 동료들과 마지막에 웃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했기에 올해 전망은 밝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꽤 됐지만 여전히 자신감도 충만한 상태다.

김민규는 “지난해는 잊을 수 없다. 아직도 안 믿겨진다. 처음에는 많이 맞고 안 좋았지만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가서 선발투수를 했다”며 “많이 발전한 한해였다. 경험을 해봤기에 올해는 작년보다는 덜 떨고 내 투구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몸만 잘 만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으로 본다”고 활약을 기원했다.

두산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옛날에는 아예 무명이었는데 이제 팬들이 이름 정도는 알아주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올해도 열심히 해서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겠다.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규.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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