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 고양이, 밥2’ 크리스마스의 기적[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가 작가로 성공하기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버스킹을 하며 빅이슈를 판매하는 그와 언제나 함께 거리로 나가 곁을 지키는 어깨냥 밥. 둘은 서로에게 의지해 추운 겨울을 따뜻한 일상으로 녹이며 지낸다. 평화로워 보이는 거리에는 밥에게 위험한 요소들이 가득하고, 심지어 거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밥을 눈여겨보는 동물 보호국으로 인해 둘은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찰스 마틴 스미스 감독은 ‘에어 버드’ ‘돌핀테일’ ‘어웨이 홈’ 등에서 알 수 있듯, 인간과 동물의 교감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감정을 교류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그의 세계관은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크리스마스는 매년 찾아오는 연례행사이기도 하지만 그런 클리셰나 전통을 넘어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엔 고양이 밥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담겼다. 생활비가 없는 것은 기본이고, 난방도 안되고 전기도 자주 끊기는 집에서 고양이 밥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빠진 제임스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웃들에게 도움을 얻는다. 제임스가 이웃과 소통하며 듣게되는 대사 하나하나는 보석같은 삶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모든 생명체는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테마가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제임스는 어떤 행사에 갔다가 어느 여성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영감이 떠오른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들은 직후에 거리에서 자신의 과거 처지와 비슷한 노숙자를 만나고, 몇 년 전 겪었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임스는 자신이 겪었던 힘든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글쓰기의 영감을 얻는다. 그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노숙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작가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다른 경쟁자는 “누군가를 돌보면 삶의 의미가 생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거지”라고 말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진심을 다해 아끼고 사랑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세상은 무의미로 가득찬 곳이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다. 세상사에 어떤 의미를 주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 무의미의 덫에 갇히지 말고, 스스로 의미있는 삶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고양이의 미소와 함께 울려퍼진다.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로 이뤄졌다. 누구나 두 개의 가방을 메고 길을 떠난다. 현명한 사람은 나쁜 일이 담긴 가방에 약간의 구멍을 뚫어 놓는다. 그러면 서서히 빠져 나갈 테니까. 인생의 고통을 한 순간에 잊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 조금씩 아픔의 무게를 줄이다보면 인생 길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고양이 밥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려주는 삶의 지혜다.

[사진 = 블루라벨픽쳐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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