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부대, 미사일이 없다” 현실이 된 ‘성리학자’의 우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고양 최창환 기자] “전쟁에 비유하면 소총부대다. 미사일이 없다.” 단독 1위로 오를 수 있는 일전을 앞두고 있었지만, ‘성리학자’ 강을준 감독은 팀의 취약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강을준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은 16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60-61로 패했다.

오리온은 이날 경기 전까지 전주 KCC와 공동 2위였다. 1위 KGC인삼공사와의 승차가 0.5경기에 불과해 3연승을 이어가면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종현을 영입하는 빅딜을 단행한 후 치른 7경기 전적은 6승 1패였다.

오리온 전력의 X-Factor는 제프 위디다. NBA(미프로농구) 리거 출신이자 올 시즌 최장신(211cm)으로 집계된 위디는 높이 자체가 위력인 센터다. 평균 19분 57초만 뛰고도 1.7블록(2위)을 기록했다. 하지만 1대1 능력이 부족해 공격루트는 단조롭다. 시즌 개막 전 부상까지 당해 여전히 컨디션, 팀 전술 이해도 등 끌어올려야 할 항목이 많다.

위디는 지난 13일 원주 DB전에서 개인 최다인 21득점에 8리바운드 5스틸 4블록을 곁들였지만, 당시 DB는 연장전 후 백투백을 치르는 일정이었다. 외국선수 플랜이 무너진 팀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강을준 감독 역시 위디에 대해 “잘해줬지만, 1경기만으로 경기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심리적으로 좋아진 부분은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또 다른 불안요소도 있었다. 오리온은 허일영이라는 정상급 슈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3점슛 성공(7.05개)과 성공률(33.1%) 모두 8위에 머물러있었다. 강을준 감독도 “전쟁에 비유하면 소총부대다. 미사일이 없다. 소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3점슛이 잘 터지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팀의 약점인 3점슛을 미사일에 비유한 것.

3점슛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불안요소다. 상대의 지역방어에 대처할 수 있는 카드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적장 김승기 감독이 오리온전 해법으로 지역방어를 꼽은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실제 오리온의 3점슛은 침묵했다. 1쿼터에 5개의 3점슛이 모두 무위에 그쳤고, 이로 인해 이후 오리온의 공격루트에도 제한이 따랐다. 2쿼터 종료 1분여전 김무성의 돌파가 나오기 전까지 오리온의 2쿼터 득점은 최현민의 3점슛이 유일했다. 2쿼터까지 오리온의 3점슛 성공률은 10%에 불과했고, 결국 오리온은 21-39로 2쿼터를 마쳤다.

오리온은 3~4쿼터에 3점슛이 살아나 추격전을 펼쳤다. 특히 경기종료 23초전 한호빈이 과감한 3점슛을 터뜨려 격차를 1점까지 좁혔다. 하지만 끝내 전세를 뒤집진 못했다. 3점슛이 조금 더 빨리 터졌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오리온의 미사일은 너무 늦게 발동이 걸렸다.

오리온은 이날 총 5개의 3점슛을 넣는데 그쳤고, 성공률도 29.4%에 불과했다. 모두 시즌 팀 기록보다 저조한 수치였다. 오리온은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찬스에서 2연승이 중단돼 공동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또한 4위 인천 전자랜드에 0.5경기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대성. 사진 = 고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