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리포트: 지역방어 완벽한 공략, 두 번 당하지 않은 우리은행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이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의 1라운드 맞대결서 졌다. 신한은행이 시즌 초반 재미를 본 2-3, 3-2 매치업 존의 위력이 대단했던 시기다. 완성도가 높았다. 하이포스트에 공이 들어가면 도움수비를 했고, 코너에선 트랩을 했다. 수비에 성공하면 빠른 공격전환으로 손쉬운 득점을 올렸다.

이경은, 한채진, 김수연, 김단비 등 베테랑들의 지역방어 이해력이 높았다. 또한, 몸 컨디션 관리를 굉장히 잘했다. 타 구단들과의 연습경기를 피하면서, '블라인드' 효과도 봤다. 때문에 신한은행은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딛고 휴식기 전 4승을 챙길 수 있었다.

3주가 흘렀다. 25일 2라운드 맞대결. 신한은행의 지역방어를 다른 구단들이 충분히 준비하고 반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상일 감독은 "보수를 했다"라고 하면서, 큰 틀의 변화를 주긴 어렵다고 했다. 단 6경기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지역방어는 필연적으로 '적응'이라는 부작용이 따른다. 우리은행은 예상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신한은행은 1쿼터 시작과 함께 매치업 존을 했고, 우리은행은 김진희와 박지현이 하이포스트에 손쉽게 공을 넣은 뒤 45도와 코너, 로 포스트 찬스를 창출했다.

특히 발목 부상을 털고 시즌 첫 출전한 최은실의 컨디션이 좋았다. 김진희가 자유투라인 부근을 어렵지 않게 선점한 상황서 짧은 패스로 탑과 45도에서 슛 찬스를 잘 봐줬다. 최은실은 정확하게 점수로 연결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수비 성공 후 빠른 공격전환으로 손쉽게 찬스를 만들었다. 최은실은 속공까지 가담했고, 박지현과 김정은, 김소니아 등의 저돌적인 돌파가 나왔다. 골밑에서 지역방어를 깨는 패스도 많이 나왔다.

1쿼터가 22-11로 끝났고, 2쿼터 초반 3분30초 동안 신한은행이 점수를 만들지 못한 사이 박지현, 김소니아, 최은실 등의 연속득점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20점차로 벌어졌다. 승패는 여기서 사실상 갈렸다.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의 맨투맨 전환 시점이 늦었다. 그만큼 우리은행의 신한은행 지역방어 공략은 완벽에 가까웠다. 우리은행의 79-48 완승.

다만, 정 감독이 지역방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멤버구성상 베테랑들의 의존도가 높다. 김이슬, 김애나, 정유진 등이 시즌을 치르면서 가세하겠지만, 정 감독은 "같이 시즌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핵심은 아니다"라고 했다. 베테랑이 많고, 로테이션 폭이 좁은 현실상 40분 내내 맨투맨을 사용하면 공격에서 에너지를 극대화하지 못한다고 계산할 수 있다. 이미 정 감독은 올 시즌 공격 스타일을 빠른 트랜지션과 많은 활동량으로 확 바꿔놓은 상태다. 어쨌든 시즌은 길다. 정 감독도 경기 전 "12월부터 1월2일까지 12경기다. 5할만 하면 좋겠다. 여기서 부상을 안 당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네 명(베테랑)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정말 힘들어진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9분58초간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한 김수연은 우려된다. 경기 후 정 감독은 "농구를 해주는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박혜진이 없다. 예년보다 공수활동량이 많이 떨어졌다. 위성우 감독도 인정했다. 김정은의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박지현과 김소니아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최은실도 돌아왔다. 역시 그냥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인천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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