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무기력한 뒷모습…두산 황금기 끝나나, 불투명한 앞날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의 황금기가 이대로 끝날까.

두산 베어스의 마지막 뒷모습은 무기력했다.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4~5차전에 이어 6차전서도 6회까지 득점하지 못했다. 25이닝 연속 무득점. 그 순간 2020시즌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산은 NC의 환호 속에 쓸쓸하게 짐을 쌌다.

두산은 올 시즌 내내 악전고투했다. 시즌 막판에는 5~6위까지 처졌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빌딩은 더뎠다. 주축타자들은 점점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점점 잔부상이 늘어났다. 타선의 응집력 문제는 시즌 내내 화두였다.

그래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시즌 막판 주춤하면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단기전 전문가'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LG 트윈스와 KT 위즈를 차례로 제쳤다. 결국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전력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NC를 상대로 한계를 드러냈다. 김태형 감독은 포수 박세혁 정도를 제외하면 체력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만 12경기를 치렀다. 포스트시즌 1경기는 정규시즌 1.5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게 중론. 이 부분과 타선의 사이클 하락이 겹치면서 우울한 '라스트 댄스'가 됐다.

두산은 2020~2021년 FA 시장에 최소 6~7명의 선수가 나갈 게 확실하다. 김재호, 오재일, 정수빈, 허경민, 최주환, 유희관 등이 대표적이다. 모기업 사정이 좋은 구단이라고 해도 이들을 모두 잡는 건 '미션 임파서블'이다. 지난 몇 년간의 행보를 볼 때, 두산이 머니게임서 타 구단을 압도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악의 경우 이 선수들을 전부 놓칠 수도 있다.

올 시즌 최원준, 김민규, 이승진 등 젊은 투수들을 발굴한 게 최대 수확이다. 외국인선수들의 재계약 여부, 토종 선발진 정비 등 변수들도 있다. 젊은 투수들과 기존 전력을 더해 최소한 중위권서 버틸 여력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하위권 추락도 각오해야 한다.

2015년부터 줄곧 한국시리즈서 우승을 다퉜던 황금기가 2020년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10년대 초반을 수놓았던 삼성 라이온즈도 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내리막을 걸었다. 5~6년 이상 좋은 전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다.

이 위기가 새로운 영광의 세월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두산은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FA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을 NC와 롯데에 내줬다. 베테랑 김선우와 임재철 등도 빠져나갔다. 당시 김태룡 단장은 과감하게 리빌딩을 택했다. 2014년 송일수 감독 체제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 2015년 김 감독 선임과 함께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구단이 팀을 정비하는 노하우를 보유한 건 다행스럽다.

과연 2020년대의 두산은 어떤 모습일까. NC는 최강 공룡으로 성장했고, KT 위즈도 가을야구 맛을 보며 성장할 토대를 마련했다. LG 트윈스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서 아쉬움을 남겼으나 멤버 구성만 보면 신구조화가 상당히 좋다. 키움 히어로즈도 수뇌부의 불확실성이 아킬레스건일 뿐, 전력 자체는 안정적이다.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등 하위권 팀들도 대반란을 꿈꾼다. 두산으로선 여러모로 만만치 않다. 두산의 2020~2021년 오프시즌은 향후 5~10년 미래를 좌우할 시간일지도 모른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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