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V1’ NC 이동욱 감독 “양의지, 지시 안 해도 되는 선수”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고척돔 최창환 기자] 이동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2년 만에 NC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동욱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24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접전 끝에 4-2로 승리했다. NC는 1승 2패 열세에 놓인 상황서 3연승, 2013년 1군 진입 후 8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감독 부임 후 2년차 시즌에 거둔 성과였다. 2019년 김경문 감독의 뒤를 이어 NC의 2대 감독으로 임명된 이동욱 감독은 ‘FA 최대어’ 양의지를 영입하며 맞은 2019년에 팀을 5위로 이끌었다. 이전 시즌 최하위에 그치며 구겨졌던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한 성적이었다.

이동욱 감독은 이어 감독 2년차 시즌에 NC를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고, ‘디펜딩챔피언’ 두산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도 NC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꿈만 같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게 너무 잘됐다”라고 운을 뗀 이동욱 감독은 가장 감사한 사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눈물을 쏟은 후 어머니를 꺼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소감은?

“꿈만 같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시즌 개막 전까지 목표는 포스트시즌이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줬다.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게 너무 잘됐다. 덕분에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따낼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2020년이 끝났구나’ 싶었다. 승리로 끝나서 너무 기분 좋다.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코치들과 함께 고생했던 이들이 생각나 울컥하기도 했다. 3승 2패를 만들 때부터 6차전에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미디어데이에서는 7차전을 얘기했지만, 7차전까지 가면 너무 많은 변수가 생기게 된다. 모든 투수를 다 써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4차전에서 루친스키 투입 시점을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투입했다. 2승 2패를 만들지 못하면 시리즈가 어려워질 거라 생각했다.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그게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고, 승부처였다. 1차전 들어갈 때 투수들에 대한 걱정은 덜했다. 많이 쉬고 한국시리즈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어떻게 상대를 공략할지가 걱정이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정규시즌처럼 임하면 못 이길 거라 생각했다. 컨택 위주로 준비한 게 주효했다.”

-감독으로 부임할 때 평가가 엇갈렸지만, 2년차에 우승을 따냈다.

“선수로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빨리 은퇴했지만, 코치가 되면서 내가 현역 시절 겪었던 어려움을 선수들도 겪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코칭에 대해 연구했다. 이제는 과학적인 근거가 아니면 선수들은 절대 수긍하지 않는다. 근거 있는 코칭이 돼야 선수들도 받아들인다. 감독이 된 후에는 코치 때와 달리 모든 선수를 살펴야 했다. 그 부분을 공부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데이터야구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있다. NC 왕조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써도 현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은 데이터’다. 전력분석이 만드는 데이터를 믿고 받아들인다. 정확한 근거가 나오기 때문에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며 팀을 운영해왔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선수들에게 쉽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데이터는 결국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선수들이 잘 받아들인 덕분에 근거 있는 코칭도 될 수 있었다.”

-가을야구에서의 양의지는 어떤 존재였나?

“벤치에서 별다른 지시를 안 했다. 8회에 송명기 투입을 먼저 얘기했다. 투수코치에게 ‘송명기는 (몸)안 풀어요?’라고 묻는 걸 들었다. 빠른 공을 갖고 있는 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양의지를 믿고 송명기를 투입했다. 나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송명기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의지가 말하는 부분을 믿고 8회에 송명기를 올렸다.”

-그간 다음 경기 선발투수를 감추는 경향도 있었다.

“두 가지다. 구창모는 끝까지 팔 상태를 체크한 후 선발 등판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 마이크 라이트도 무릎이 안 좋았다. 상황에 따라 라이트가 먼저 나오고, 구창모가 늦게 나올 수도 있었다. 선발 결정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감추려고 했던 건 아니다. 취재진에 죄송하지만, 그래서 선발투수를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한 날이 있었다. 예고한 후 선발투수를 바꿀 순 없지 않나.”

-시프트 외에 적중한 데이터, 작전이 있다면?

“오재일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타격감이 썩 좋지 않더라. 김재환도 빠른 공에 대한 결과가 안 나왔다. 데이터 준비한 게 주효했고, 양의지도 상황에 따라 볼 배합을 잘해줬다. 전력분석된 것에서 크게 바꾼 것은 없다. 양의지가 두산 타자들을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양의지의 의견대로 시리즈를 운영했다.”

-시리즈 MVP는 양의지였는데, 2020시즌을 통틀어 가장 고마운 선수가 있다면?

“모두 고마운데 양의지, 구창모가 잘해줬다. 한국시리즈 들어올 땐 나성범, 알테어가 잘해줘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복 없이 해줘야 팀이 이길 수 있다. 타자 가운데에는 나성범이 쳤을 때 이길 확률이 가장 높다. 나성범, 알테어 모두 그간 기복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좋은 감을 보여줬다.”

-우승 후 떠오르는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울먹인 후)팀적으로는 구단주님, 대표님, 단장님 다…. 어머니에게 제일 감사드린다.”

[이동욱 감독.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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