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문지기→필승조’ 두산 이승진 “정우람, 전병두 선배처럼 하고파”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고척돔 최창환 기자] 기대 이상이다. 이승진이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두산의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NC 다이노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서 1승 패로 맞서있다.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을 접전 끝에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20일 열리는 3차전에서는 최원준을 선발투수로 앞세워 우위를 노린다.

이승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차전서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을 맞은 이승진은 1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이어 2차전에서는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생애 첫 한국시리즈 홀드를 따냈다.

이승진은 지난 5월 두산이 SK 와이번스와 단행한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포수 권기영과 함께 두산으로 이적했다. SK는 포수 이흥련, 외야수 김경호를 영입했다.

두산은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승진은 예상보다 빨리 즉시전력으로 성장했다. 비록 선발투수로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불펜에서 맹활약,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SK 시절 치른 한국시리즈 때는 불펜 문 열어주는 문지기였다(웃음)”라고 운을 뗀 이승진은 “선발 욕심은 없다. 불펜에서 뛰고 싶다. 정우람, 전병두 선배처럼 던지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

-첫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긴장되진 않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즌 때와 똑같다. 별다를 건 없는 것 같다. 절대 지면 안 되는 경기지만 크게 긴장되진 않는다. 시즌 막판 순위싸움 할 때보다 긴장감이 덜한 것 같다.”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등판하진 못했던 SK 시절 한국시리즈(2018년)와는 느낌이 다를 텐데?

“그때 역할은 불펜 문 열어주는 문지기였다(웃음). 지금은 중요한 상황에서 나가니까 뿌듯하다. 자칫 흔들리면 팀이 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가기 때문에 진중하게 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크게 바뀐 건 없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배영수 코치와 2군에서 함께 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함께 하고 있다.

“인터뷰하러 오는데 ‘많이 컸다’라고 하시더라. 2군에 있을 때처럼 ‘(많이)생각하지 말고 던져라’라는 말씀을 하신다. 1군 올라온 후 김원형, 정재훈 코치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포크볼을 알려주셨고, 정재훈 코치님이 폼도 조금 바꿔주셨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고척돔에서 치르는 경기에 대한 적응은 끝난 것 같은데?

“불펜이 지하에 있는데, 계단이 길다. 시즌 때 처음 등판한 경기에서는 빠르게 올라가다 보니 숨이 찼다. 그래서 그땐 제구가 안 됐다. ‘이 계단은 느리게 올라가야 하는구나’ 싶었다. 느리게 올라오니 괜찮다. 그래서 정규시즌과 비교하면, 제구력은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트레이드 될 당시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뛸 거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땐 1군에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다. 선발로 못해서 불펜으로 옮긴 후 접전에서 등판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팀이 3~4위 싸움 할 때 ‘가을야구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했다.”

-두산의 저력이 느껴지나?

“SK에서 우승할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왕조를 이뤘던 선배님들이 많았다. 지금도 선배님들에게서 여유가 느껴진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박세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했는데?

“디스하는 건 아닌데, 플레이오프 때 제구가 안 좋았다. 그러자 (박)세혁이 형이 ‘너무 좋은 말만 해주면 안 된다. 이제부터 강하게 키우겠다’라고 하시더라. 못 던지니까 포수 자리에서도 들리게 뭐라고 하시더라(웃음).”

-김태형 감독이 마무리 자리를 두고 이영하와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는데?

“위기상황이 오거나 제구가 흔들려도 ‘뒤에 (이)영하가 있으니까’라는 마음으로 던졌다. 그래서 나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상황이 되면 나도 마무리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영하가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도 영하를 믿으시는 것 같다.”

-4차전 선발은 김민규다. 본인도 선발에 대한 욕심이 있을 텐데?

“없다. 1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보단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제 목표가 정우람 선배, 전병두 선배 같은 투수가 되는 것이다. 내 팔이 버텨주는 한 그렇게 던지고 싶다. 물론 팀 사정에 따라 선발로 나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불펜을 맡고 싶다.”

-한국시리즈에서 NC 타선을 상대해보니 어떤가?

“쉬어갈 타선이 없다. 다 장거리, 중장거리타자다. 모든 타자들이 한 방 능력을 갖고 있는 팀이다.”

[이승진.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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