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시대’ 함께 한 윤성환-삼성, 마침표는 씁쓸했다 [MD이슈]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최악의 스캔들로 번지진 않는 형국이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윤성환(39)이 인연을 정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삼성은 단 한 줄의 보도자료로 윤성환과의 인연을 정리했다. 구단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긴 프랜차이즈 스타에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마침표였다.

미디어데이를 통해 한국시리즈의 열기가 고조될 것으로 기대됐던 지난 16일, 야구계는 모 언론이 보도한 삼성 소속선수와 관련된 기사로 발칵 뒤집혔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정황을 통해 베테랑 투수 윤성환이라는 것을 짐작케 할 수 있는 기사였다.

기사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A(윤성환)가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게 확인됐다”라는 게 골자였고, 조직폭력배 개입설과 잠적설까지 더해져 삼성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삼성은 이미 2015년 주축선수들의 원정도박 파문으로 홍역을 앓은 경험도 있다.

이에 윤성환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채무가 있는 건 맞지만, 도박과는 무관하다. 부르면 경찰 조사도 받겠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실제 대구 경찰 측에 따르면, 윤성환은 도박이 아닌 일반 사기사건에 의해 고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일련의 의혹이 도박과 조직폭력배 개입 등 최악의 스캔들로 번지진 않는 형국이다. 그러나 삼성은 의혹이 제기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윤성환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타 선수들에 비해 일찌감치 방출된 배경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윤성환은 삼성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커리어를 쌓았다. 2004 2차 1라운드 8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윤성환은 정규시즌 통산 425경기에 등판, 135승 106패 1홀드 28세이브 평균 자책점 4.23을 남겼다. 2013년부터 5년 연속 10승을 작성하기도 했다. 특히 135승은 삼성 소속 투수가 따낸 최다승 기록이다.

윤성환은 2018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5승 9패 평균 자책점 6.98에 그친 것. 2019년에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전성기 시절과 같은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었다. 2020년은 단 5경기 등판에 그쳤다. 8월 21일 SK 와이번스전은 아무도 예상 못한 ‘삼성맨 윤성환’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하락세가 분명했지만, 윤성환은 삼성 팬들의 지지를 꾸준히 받은 투수였다. 이따금 펼치는 호투에 팬들은 열광했고, 지난해 5월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완봉승(9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삼성이 화려했던 시절을 지나 암흑기에 빠졌을 때 고군분투했던 이도 윤성환이었다. 구단 역사를 수놓았지만, 윤성환은 은퇴가 아닌 방출 절차를 통해 삼성을 떠나게 됐다.

방출 과정에서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했다. 윤성환은 구단 측에 올 시즌 마지막 등판 또는 차기 시즌 연봉 없이 뛰는 게 가능한지 물었다. 명예로운 마무리를 원한 것이었다. 이후 본인의 예상보다 늦었던 구단 측 연락은 받지 않았다. 양 측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 자칫 진실공방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양 측이 인연을 정리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는 게 분명해졌다. ‘영광의 시대’를 함께 했던 삼성과 윤성환은 그렇게 쓰라린 마침표를 찍었다.

[윤성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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