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했던 김연경의 두가지 장면, 뚜렷한 주관과 빠른 인정

[마이데일리 = 장충 윤욱재 기자] '배구여제'는 액션도 화끈했다. 김연경(32·흥국생명)은 자신의 플레이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공을 패대기를 치는가 하면 급기야 네트를 잡아 당기기까지 했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맞대결이 펼쳐진 11일 장충체육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승부의 열기로 가득했다. 흥국생명은 1세트 초반부터 루시아가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코트에서 이탈했지만 김연경-이재영 쌍포는 굳건했고 GS칼텍스도 강소휘가 허벅지와 복근 등이 좋지 않아 결장했지만 러츠와 이소영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접전을 펼쳤다.

장충의 분위기는 뜨거웠고 결국 38득점을 쓸어 담은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의 3-2 승리로 끝났다. 5세트마저 듀스로 향할 정도로 지독한 승부였다.

그래서였을까. 김연경의 액션도 그 어느 때보다 화끈했다. 2세트 도중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공을 패대기를 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여기까지는 '쇼맨쉽'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의 장면은 5세트 막판에 나왔다. 승부의 끝자락을 향하던 순간, 중요한 찬스를 놓치자 네트를 잡아 당기며 또 한번 분노를 감추지 못한 것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김연경에게 경고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격렬히 항의했다. "상대를 자극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에 네트를 잡은 것이라 문제 없다"라는 게 심판진의 설명이었다.

경기 후 차 감독은 "어떤 식으로든 경고가 나와야 했던 상황"이라고 아쉬워 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좋게 생각하면 승부욕과 책임감에 나온 행동"이라면서 "그래도 자제할 것은 자제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당사자의 생각은 어땠을까. 김연경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면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했다. "공을 세게 때린 것은 후회가 전혀 없다. 내 표현 방식이었다"고 뚜렷한 주관을 드러낸 김연경은 "네트를 잡은 것은 과했던 것 같다. 상대를 리스펙트하지 않은 부분이라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한번 더 참았어야 했다"라고 빠르게 인정하기도 했다.

팬들은 선수의 액션 하나에도 열광한다. 특히 '배구여제'로 통하는 김연경이 화끈한 액션을 취한다면 관중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과도하지 않다면 말이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1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2020-2021 도드람 V-리그' GS칼텍스-흥국생명의 경기 5세트에서 아쉬움에 네트를 잡아 당기고 있다. 사진 = 장충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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