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같은 4위, 그런데 LG의 기분은 왜 다를까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순위는 작년과 똑같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나름 성과도 올렸다.

그런데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왜일까.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향한 역대급 2위 전쟁. 사실 며칠 전만 해도 LG는 2위 전쟁에서 가장 유리한 팀으로 꼽혔다. LG는 남은 2경기에서 10위 한화와 9위 SK를 만날 예정이었고 KT는 남은 4경기를 전승하면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지만 전승을 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KT는 결국 전승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2위는 LG의 차지였을까. 아니었다. LG는 한화에 이어 SK에게도 패해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 7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두 경기 모두 두고두고 아쉽다. 먼저 28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6-0으로 리드하고 있었음에도 6-7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투수 임찬규가 5회에 고전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LG 벤치에서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평소에도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이 참 어렵다. 특히 5회에 이기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라면서 "우리가 앞서고 있을 때는 웬만하면 교체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적이 있는데 하필 총력전을 해야 했던 이 경기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말았다. 결과론이지만 임찬규를 좀 더 빨리 교체했다면 LG가 리드를 유지했을지도 모른다.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30일 인천 SK전 역시 아쉬움이 컸던 것은 마찬가지. 이번엔 타선이 얼어 붙으면서 초반부터 끌려다녔다. 9회초 오지환이 생애 첫 3할 타율을 완성하는 적시타를 날려 2-3으로 쫓아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결국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정규시즌 4위, 그리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 KBO 리그는 포스트시즌이 계단식으로 치러지기에 조금이라도 높은 순위로 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히 2위도 가능했던 상황이라 4위라는 결과가 아쉽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년에는 '도전자'의 느낌이 강했다.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고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에도 아쉬움보다는 '내일'을 기약하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하는 위치에 있었고 여러 부침 속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며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박용택, 차우찬, 이형종, 채은성, 김민성, 이천웅, 정근우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끊이지 않아 '부상 병동'이라는 타이틀이 붙었고 최근에는 타일러 윌슨과 로베르토 라모스의 공백이 이어졌다. 불펜에서는 결정적인 방화를 몇 차례 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날개 없는 추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악재는 있었지만 꿋꿋하게 상위권을 버티던 LG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끝내 잡지 못했다. 선수들로서는 아쉬움과 허탈감이 크겠지만 당장 다가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준비해야 한다. LG 선수단의 첫 번째 과제는 정규시즌 막판의 아쉬움을 털고 가을야구를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LG가 30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진행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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