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두 얼굴, 가성비 갑들의 성공시대&2옵션 외인의 부진[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SK에서 근속 트로피를 받고 싶다."

SK는 김민수와 최준용이 없어도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전력이다. 컵 대회부터 그럴 조짐이 보였다. 최성원, 배병준, 양우섭을 적극적으로 기용한다. 장신포워드들이 부족한 대신 이들을 동시에 넣는 '쓰리가드'로 스몰라인업을 구축, 공수활동량을 극대화해 재미를 본다.

문경은 감독이 좋은 지도자로 인정 받는 건 백업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역할 확대를 하면서 팀 전력까지 끌어올리는 점이다. 수년간 팀을 이끌면서 SK만의 시스템을 공고히 했다. 그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고 새로운 장점을 뽑아낸다.

양우섭은 LG 시절 수비 스페셜리스트였다. 본래 운동능력도 괜찮고 슈팅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문 감독을 만나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24일 KGC전서 3점슛 7개로 '인생경기'를 했다. SK 관계자는 "우섭이 와이프가 경기장에 왔는데 (SK에서 데려가 줘서)고맙다고 울더라"고 했다.

양우섭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LG에서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SK는 양우섭을 단돈 3500만원에 잘 써먹고 있다. 25일 KT전서 5분52초 동안 무득점이었으나 KGC전 활약만으로 연봉 값은 다했다. 문 감독은 "(김)선형이 쉬는 시간에 뛰게 하려고 했는데 슛이 괜찮다. 경기운영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양우섭은 "예전 팀에선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절실한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은퇴 생각은 없고 SK서 근속 트로피를 받고 싶다"라고 했다. SK는 10년간 근속한 구성원에게 기념 트로피를 준다. 지금까지 SK 선수들 중에선 김민수와 김우겸이 근속 트로피를 받았다. 성실한 양우섭이 SK에서 40대 중반까지 뛸 준비에 들어갔다.

최성원도 지난 시즌에는 수비 스페셜리스트였으나 외곽슛 정확도가 많이 좋아졌다. 경험을 쌓으면서 경기운영능력도 향상됐다. 최성원도 연봉 9100만원에 불과하다. 예전 소속팀에서 외곽슛 스페셜리스트였던 배병준도 SK에서 괜찮은 수비력을 보여준다. 문 감독은 "세 명의 가드가 든든하다"라고 했다.

순항하는 SK에도 고민은 있다.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닉 미네라스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도 시즌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삼성과 SK의 상황은 다르다. 미네라스는 올 시즌 자밀 워니를 보좌하는 2옵션 외국선수다. 출전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평균 12분24초간 7.1점.

문 감독에 따르면 미네라스가 줄어든 출전시간에 적응하지 못해 최근 시간을 약간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KGC전 당시 미네라스를 2쿼터에 줄곧 기용했으나 오히려 흐름만 넘겨줬다. 결국 문 감독은 다시 워니를 투입해야 했다. 문 감독은 "미네라스에게 일단 다른 건 얘기하지 않는다. 적극성만 보여달라고 했다"라고 했다.

돌아왔으나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안영준을 참고하면 된다. 슛을 자제하고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상당한 응집력을 보여준다. KGC전 후반에 체력이 떨어진 오세근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4쿼터 막판 결정적 트레블링까지 유도했다. 일단 미네라스도 투입되는 시간에 공격 외의 부분에서 공헌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다만, 미네라스의 스타일 자체가 공격 외에는 특화되지 않았다는 게 고민이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능한 스타일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김민수와 최준용이 돌아오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장신포워드들이 미스매치 공격을 할 때 미네라스도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서는 미네라스에게 수비가 집중될 수 있는 환경이다. 문 감독도 "지금 미네라스가 할 수 있는 건 선형이와의 팝 아웃(2대2) 정도"라고 했다. 미네라스의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양우섭(위), 미네라스(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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