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리포트: 활동량과 노련미, 1위 자격 증명한 신한은행

[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전쟁이다."

신한은행은 시즌 준비를 상당히 잘 했다. 비 시즌에 타 구단들과 연습경기를 자제하면서, 실전서 써먹을 수 있는 전술을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변형 지역방어가 대표적이다. 매치업 존인데, 엔드라인과 양쪽 코너로 공이 가면 트랩과 로테이션을 한다. 이 날카로움이 상당한 수준이다.

그 뿐 아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신한은행의 공수 활동량이 상당히 늘어났다. 수비 후 공격전환 과정이 상당히 빠르고 간결해졌다. 이경은, 김단비, 김수연, 한채진으로 이어지는 주전들은 6개 구단 최고령. 그러나 지금까지는 활동량에서 그렇게 밀리지 않는다. 시즌 준비를 그만큼 잘했다.

그렇게 하나원큐, 우리은행을 잡았다. KB에 무더기 외곽슛을 맞으면서 진 뒤 기복을 드러냈다. 주축들의 의존도가 높고, 체력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정상일 감독도 28일 하나원큐와의 2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인정했다. 대신 "휴식기에 또 하나를 준비할 것이다. 오늘까지는 하던대로 해야 한다. 전쟁"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KB에 무너진 뒤 매치업 존 비중을 줄였다. 그런데 맨투맨의 완성도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 패스 라인을 읽고 움직이는 김단비와 한채진의 존재감이 크다. 이날 역시 그랬다. 여기에 이경은의 노련한 템포 조절과 '맛있는' 어시스트까지.

하나원큐는 지난 시즌 빠른 트랜지션으로 경기력을 확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날도 공수에서 신한은행의 트랜지션에 오히려 밀렸다. 하나원큐는 1대1 수비와 지역방어 모두 약점을 드러냈다. 신한은행 김단비, 이경은의 스텝 한 번, 페이크 한 번에 수비수가 쉽게 뚫리는 모습을 수 차례 반복했다. 3쿼터 3분58초를 남기고 김단비의 페이크 한 번에 몸을 날리다 4파울에 걸린 신지현이 대표적이다. 결국 신지현은 4쿼터 도중 5반칙으로 물러났다.

2쿼터 이후 오히려 하나원큐의 지역방어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손쉽게 깼다. 하이포스트로 공을 넣거나 스크린을 통해 양 코너로 손쉽게 공을 뽑아냈다. 이날 슛 감각이 좋은 김아름이 잇따라 3점포를 터트렸다. 이경은과 김단비가 당황하지 않고 손쉽게 도움을 줬다.

하나원큐의 맨투맨, 지역방어의 활동량은 신한은행의 공격 활동량보다 적었다. 신한은행은 3쿼터 초반 위기를 겪었으나 김단비의 재치 있는 수비와 1대1 공격, 효과적인 지역방어 어택 등으로 손쉽게 주도권을 가졌다. 김수연이 거의 뛰지 못했으나 한엄지가 하나원큐 빅맨들을 잘 막았다. 맨투맨을 하면서도 코너와 엔드라인에선 트랩을 하며 재미를 봤다. 결국 72-60 완승. 4승2패로 단독선두.

신한은행은 스쿼드가 얇고, 베테랑 의존도가 높다. 정 감독도 "12월에 일정이 빡빡한데 그때가 위기"라고 했다. 이 부분은 결정적 아킬레스건이다. 대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디테일한 준비로 경기력을 극대화한다. 올 시즌 WKBL 6개 구단 중 가장 준비가 잘 된 팀이다. 다크호스를 넘어 1위의 자격을 증명했다. 올 시즌 내내 흥미롭게 지켜볼 팀이다.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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