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후 원 없이 던지는 이승진, 두산 최고 '믿을맨' 등극 [MD이슈]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만일 이승진이 뒷문에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두산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가정이다. 이승진은 지금 김태형 감독이 위기의 순간 믿고 내보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지난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 호투하던 선발 크리스 플렉센이 3-0으로 앞선 7회 2사 후 브랜든 반즈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투구수는 100개를 넘어 106개에 달한 상황. 김태형 감독은 추격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다음투수로 이승진을 택했다.

이승진은 감독의 믿음에 100% 부응했다. 송광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낸 뒤 8회 2사까지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번째 홀드를 챙겼다.

이승진은 지난 5월 29일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두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처음에는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당시 부상이었던 크리스 플렉센의 대체 선발로 기회를 얻었지만, 플렉센의 복귀와 함께 필승조로 보직을 바꿔 정착에 성공했다.

이승진의 최대 강점은 최고 구속 150km에 달하는 직구. 경기 후반부 포수 미트에 꽂히는 구위와 무브먼트가 경쟁력을 발휘한다.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줄곧 파이어볼러를 향한 갈증이 컸던 두산이기에 이승진의 빠른 공이 더욱 반갑다. 두산 뒷문은 이승진을 비롯해 홍건희, 이영하 등이 합류하며 이른바 강속구 부대로 환골탈태했다.

이승진은 정착을 넘어 두산 불펜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가 됐다.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홀드, 세이브 요건은 상관없다. 선발투수가 최소 5~6이닝을 책임지고 리드 상황이 만들어지면 이를 지키기 위해 주저 없이 이승진 카드를 꺼내든다. 이닝 제한도 없다. 전날까지 10월 13경기 중 약 절반인 6경기서 1이닝 이상을 맡았고, 3연투도 두 차례나 있었다.

이제 이승진의 시선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으로 향한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8시즌 SK 와이번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우승을 맛봤지만, 경기는 출전하지 못했다. 가을야구라는 더 큰 무대서도 지금의 강속구와 담대함을 뽐내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이승진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흐뭇함과 고마움을 감추지 못한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승진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마운드가 전반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승진 역시 지금의 보직과 위상이 마음에 든다. 일각에서 혹사 논란도 제기되지만 그는 “난 원래 회복력이 좋은 투수”라고 웃으며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트레이드로 야구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이승진이다. 이젠 이적생이 아닌 두산 최고의 ‘믿을맨’으로 불려도 좋을 듯 하다.

[이승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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